2024-04-20 18:57 (토)
설중송탄(雪中送炭)
설중송탄(雪中送炭)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1.03.21 2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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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군이 펼치는 군사작전 ‘오디세이 새벽’이 전개되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궁지에 몰리면서 장기전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카다피는 지지자들을 다국적군이 공습할 가능성이 높은 주요 시설물에 ‘인간 방패’로 내세워 항전하고 있다. 카다피는 다국적군의 공습을 부당한 침략행위로 규정하고 대규모 십자군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카다피가 자신의 통치를 연장하기 위해 국민들까지 가차 없이 죽음으로 몰아넣는 걸 보면 바른 판단을 할 이성의 한 조각도 없는 게 분명하다.

 993년 송나라 태종 순화(淳化) 4년에 왕소파(王小波)와 이순(李順)이 굶주린 농민들을 이끌고 봉기를 했다. 그 해 겨울 날씨가 너무 추워 송 태종은 잠잠하던 농민봉기가 다시 일어날까 염려돼 사람을 시켜 어려운 노인들과 가난한 백성들에게 돈과 쌀, 땔감을 보냈다. 그리고는 사관(史官)을 시켜 역사에 기록하게 한 것이 바로 설중송탄(눈 雪, 가운데 中, 보낼 送, 숯 炭)의 유래다. 설중송탄은 급히 필요할 때 필요한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아무리 사악한 국가 지도자라도 국민을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건 제 명을 재촉하는 꼴이다. 너무 배가 고파 봉기한 백성들에게 칼 대신 연명할 곡식이라도 보내는 것은 그나마 봐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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