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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새벽 "웃기고자 연기한 적 한순간도 없어요"
송새벽 "웃기고자 연기한 적 한순간도 없어요"
  • 경남매일
  • 승인 2011.03.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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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서 주인공 현준 역

   "연기에 대한 두려움과 집착은 없어요. 역할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발버둥쳤는데 그때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힘을 뺐더니 제가 찾던 것들이 저에게 저절로 오더라고요."
송새벽은 충무로에서 운 좋은 배우로 통한다. 그럴 만도 하다. '마더'(2009), '방자전'(2010),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부당거래'(2010) 등 네편의 영화에서 큰 시선을 끌었고, 다섯번째 장편영화 '위험한 상견례'에서는 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이다.

   고속 페달을 밟고 승승장구하는 모양새지만 대학로에서 꾸준히 실력을 키워 온 끝에 결실을 보았다는 점에서 그의 성공 기반은 상당히 단단하다.

   1998년 연극으로 데뷔한 그는 2002년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극단 연우무대에 들어가 '날 보러와요' '해무' '명월이 만공산하니' 등에 잇따라 출연한 10년차 넘은 배우다.

   연극에서 주연으로 명성을 날린 그는 영화 데뷔작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형사로 나와 주목을 끌더니 변태 변학도로 등장한 '방자전'에서 이른바 대박을 치면서 충무로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주연보다 나은 조연'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영화에 잇따라 출연했고 작년 대종상을 비롯한 각종 영화상에서 신인상을 싹쓸이했다.

   송새벽은 15일 서울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상을 받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요즘 조금씩 실감 난다"며 "변학도 역할이 크지 않았음에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첫 주연작은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코미디 장르다. '위험한 상견례'는 지역감정이 격하던 1980년 말을 배경으로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의 순탄치 않은 결혼 과정을 그린 코미디다. 광주 총각 현준으로 나오는 송새벽은 부산 처녀 다홍으로 등장하는 이시영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유쾌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유쾌함 밑에 깔린 애잔한 감정들이 가슴을 쳐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답게 '위험한 상견례'는 코믹한 상황과 사투리가 깔린 차진 대사가 시선을 끈다. 여전히 이 영화에서도 어눌한 캐릭터로 나오는 송새벽은 "웃음을 유발하려고 의도한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밌는 캐릭터는 좋죠. 하지만, 웃기고자 연기를 한순간은 맹세코 단 한 순간도 없었어요. 상황에 치중했을 뿐입니다."
사실 그가 첫 주연작으로 코미디를 선택했을 때, 또 비슷한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송새벽은 이에 대해 "과도한 관심에 감사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 그런 지적이 있다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시겠죠. '사실 연기가 비슷하다'는 지적은 약간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제가 '마더'로 영화에 데뷔한 지 이제 겨우 2년 정도 됐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다음에 들어야 할 소리인 것 같아요. 좀 더 지켜봐 주세요."
'위험한 상견례'의 촬영은 순조로웠다고 한다. 박철민과는 '시라노..' 등에서 호흡을 맞춰 익숙했다. 백윤식, 김수미 등은 베테랑 연기자였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연기하는데 친숙한 사람들이었다. 다만, 원톱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선배들과의 촬영이어서 처음에는 조금 부담이 됐어요. 하지만, 백윤식 선생님이나 김수미 선생님 등 여러 선배들께서 너무나 편하게 대해주셔서 그 걱정이 사르르 녹았습니다."(웃음)

이시영과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원래 여성 연기자들과 말을 잘 못 튼다"고 웃은 그는 "이시영이 권투 선수인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 이시영은 아마추어 복싱선수로, 이달 15-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제7회 전국 신인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 대회 여자부 48㎏ 체급에 출전한다.

   "이시영 씨에게 맞는 장면이 있어요. 진짜 아프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권투선수더라고요. 그때부터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가장 힘든 촬영 장면을 물어보니 "물에 빠지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현준이 장인이 될 영광(백윤식)과 낚시를 하다가 "전라도 출신"이라고 고백한 후 서로의 몸이 엉키면서 함께 물에 빠지는 장면이다.

   "원래 수영을 못하는데, 15번이나 넘게 빠졌어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는 다음 출연작을 고르는 중이라고 했다. 쉬는 동안에는 무얼 하느냐는 물음에 "연극을 보러 다닌다"며 "유명세를 탄 것 같지만, 거리를 지나다녀도 사람들이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사투리 연기가 가장 힘들었다"며 "목포 출신 선배 연기자의 말을 녹음해 MP3로 들으며 전남 사투리를 열심히 연습했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궁금하다"고 했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송새벽은 이렇게 말했다.

   "가슴 언저리의 어딘가를 움직일 수 있는 영화들을 고를 거예요. 그런 영화들을 하고 싶어요. 제 연기철학요? 무대 위에서나 아래서나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냥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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