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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발언 후폭풍
이건희 회장 발언 후폭풍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1.03.13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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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 이사/취재본부장
 이건희 삼성회장의 발언으로 시끌벅적하다. 그래서 인지 2007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 비리`를 고발한 전 삼성의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펴낸 책, "삼성을 생각한다"가 새삼 펼쳐진다.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 가졌던 글로벌 기업에 대한 환상이 모두 깨졌다고 말하는 저자는 삼성이 저지른 수많은 비리를 목격했다고 한다.

 또한 그를 괴롭게 한 것은 삼성이 비리를 저지른다는 점이 아니라, 그러한 비리가 삼성 존재의 한 근거라는 점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몇몇 신문에 광고를 내려 했으나 돈 주고 광고 내겠다는데도 받아주는 신문사가 없었다 한다. 그런 삼성의 힘(?)에서 비롯됐을까.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일 초과이익공유제를 "사회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작심한 듯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흡족하다기 보다는 낙제는 아니다"라고 평가, 파장을 몰고 왔다. 재계를 대표하는 재벌총수로서 평소 소신을 가감 없이 쏟아낸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현 시대적 상황에 대해 고민도 않은 원색적인 표현은 그의 위상과 책임을 감안하면 크게 실망스럽다는 일반적 반응이다. 고물가ㆍ전세난과 구제역 등으로 서민들의 민생이 위협받고, 성장에서 물가로 국정의 방점을 옮기는 상황에서 나온 이 회장의 `경제 혹평`에 청와대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정치권도 한 목소리였다.

 이 회장은 2009년 12월 31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노력하는 조건 등으로 유례없는 1인 사면을 받았다. 2010년 2월 5일, 이건희 회장은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재론한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 말을 들었을 때 공감하지 못한 차원을 넘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며 "이건희 회장에게는 삼성이 그간 누려온 정경유착과 편법증여와 조세포탈, 무엇보다 권력과 국민 위에 군림했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없는 모양이다"며 "그러니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이런 헛말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이 회장이 책임 있는 경제인이라면 이익공유제가 제기된 취지가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에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편법증여, 비자금 조성, 정치권 로비 등 그 동안 삼성의 행태를 생각할 때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자식에게 세습하느라 중소기업에 나눠줄 돈은 없다는 뜻"이라고 비꼬았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우리 정부를 낙제를 면한 수준으로 비하한 것은 여론을 호도할 뿐만 아니라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며 "삼성은 산업구조 모순 때문에 잘 나간 것이라"고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당시 이 회장은 "한국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며 "규제와 관료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은 일류국가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 당시는 국민적 공감은 샀다.

 하지만 이번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너 자신을 알라"식의 반향도 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의 뒷그림자에는 삼성 장학생, 무노조 경영, 정경유착, 편법증여 등 숱한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국민은 세계적 기업으로의 성장하길 기대했고 관대했다.

 따라서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한국경제를 이끈 공을 인정하지만 국민들에게 진 빚 또한 적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이익공유제를 제안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바로 삼성"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저자는 삼성 비리 관련 재판 결과를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것이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려워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을 만들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 삼성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이 책은 그것이 삼성을 다시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말했다. 또 그 책에는 폭로성도 있지만 N모씨 등 품격을 지킨 대중가수도 등장한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발언으로 몇 년 전에 출판된 "삼성을 생각한다"가 또 다시 펼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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