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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1.02.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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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으로 인해 생매장된 돼지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서울 종천도교 대교당에서 5개 종교(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35개 단체가 주최한 ‘구제역 살처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면서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라는 이름의 영상물을 공개했다. 이를 본 참석자들은 침통한 표정은 짓고, 일부에서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얼마 전 매장된 돼지가 흙 밖으로 튀어나와 보는 사람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봄바람에 밀리어 서서히 물러갔는데,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봄 春, 올 來, 아니 不, 같을 似, 봄 春)을 부르는 노래가 커지고 있다. 봄 들녘에서 새 생명이 비집고 땅 밖으로 나오기에 앞서 돼지의 절규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웬 봄이란 말이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

 전한(前漢)의 원조(元祖) 때, 미색이 뛰어난 왕소군(王昭君)이 흉노 왕에게 시집을 갈 수밖에 없는 사연은 기막히다. 다른 궁녀들은 황제의 사랑을 받기 위해 초상화를 그리는 궁중화가에게 잘 보였는데 왕소군의 제 얼굴만 믿다 결국 실물보다 못하게 그려졌다. 못생긴 궁녀 보내려다 보니 왕소군이 오랑캐 땅으로 가게 되었다. 그때 그녀에게 봄은 봄이 아니었다. 구제역이 하루속히 물러가 봄 같은 봄을 맞이하기를 누구나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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