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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허각, 저작권탓에 활동 제동
중국판 허각, 저작권탓에 활동 제동
  • 경남매일
  • 승인 2011.02.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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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창곡 '봄날에' 원작자, 사용불가 요청
   중국판 허각 듀오가 구성진 목소리로 열창하는 '봄날에(春天里)'라는 노래를 저작권 문제 탓에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다고 중국 현지매체들이 14일 보도했다.

   원작자인 중국 록가수 왕펑이 11일 저작권을 이유로 사용 불가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왕펑은 당초 중국판 허각 듀오인 농민공 가수 류강(劉剛.29)과 왕쉬(王旭.44)에게 중국 설 최대 TV 쇼 프로그램인 '춘제롄환완후이(春節聯歡晩會.약칭 춘완)' 이후 문제의 곡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그 이후에도 여러 상업 프로그램에 출연, 같은 곡을 불러 그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춘제 저녁 중국 전역에 방송되는 춘완은 가무, 코미디, 서커스, 마술 등이 어우러진 버라이어티쇼로, 13억명의 중국인이 동시에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며 여기에 길거리 가수인 농민공 듀오가 출연해 '봄날에'를 열창함으로써 가수와 곡 모두 유명세를 탔다.

   실제 농민공 듀오의 쇼 출연 몸값도 춘완이후 한차례당 5만위안(852만원 상당)으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왕펑의 조치를 두고 상반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저작권을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미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록가수인 왕펑이 농민공 듀오의 인기를 질투해 '속좁은' 조치를 한 것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봄날에'라는 노래가 왕펑의 곡이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그다지 '뜨지' 못한 노래로, 농민공 듀오의 애처로운 처지와 오버랩되면서 유명해진 것인데 왕펑이 사용불가 조치를 취한 것은 너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왕펑이 농민공 듀오에게 '봄날에'를 계속 부르도록 함으로써 '윈-윈'할 방법을 찾으라는 주문도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 음악저작권협회의 부국장인 류핑은 "'봄날에'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곡"이라며 "이를 무단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왕펑은 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민공 듀오는 마이크로 블로그에 "그동안 곡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왕펑에 감사하며 그의 사용 불가 결정에 따르겠다"면서 "작년에 왕펑이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자신의 콘서트에 초청해주고 여러 가르침을 준데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으며 문제를 초래해 미안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농민공 듀오인 류강과 왕쉬는 작년 9월 허름한 쪽방에서 '봄날에'를 부르는 장면이 친구에 의해 우연히 인터넷에 올려지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아파트 경비원, 보일러공, 과일행상 등을 전전하면서 틈틈이 지하보도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중국내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많은 농민공들의 처지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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