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8:34 (금)
탕웨이 "어려움 속에도 찬란한 햇빛 있어"
탕웨이 "어려움 속에도 찬란한 햇빛 있어"
  • 경남매일
  • 승인 2011.02.12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는 현실적인 상황이 아니고 동화 같은 세계지만 진실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 그 작업을 즐겨요. 어려움 속에서도 누구에게나 찬란한 햇빛이 비친다고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11일 오후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중국 출신 배우 탕웨이(湯唯)에게서는 시련을 이긴 성숙한 배우의 풍모가 느껴졌다.

   200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데뷔작 '색, 계'(리안 감독)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지만, 중국 정부가 활동을 금지해 3년간 연기를 쉬어야 했던 아픔도 훌훌 털어버린 듯했다.

   그는 "살면서 누구나 고통스러운 순간이 다 있었을 것"이라며 "연기를 하면서 좋은 것은 평상시 고통을 겪을 땐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지만, 영화 작업할 때는 그걸 정확히 표현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탕웨이가 현빈과 함께 출연한 김태용 감독의 '만추'(17일 개봉)는 현빈보다 탕웨이에게 더 시선이 가는 영화다.

   탕웨이는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7년간 교도소에 복역하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3일의 시간을 얻은 애나를 연기했다. 세상과 단절한 듯 지내던 애나는 시애틀로 가는 버스 안에서 현빈이 연기한 훈을 만나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에 빠진다.

   탕웨이는 "하늘이 인간에게 준 희로애락은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고통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에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추'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출연작을 선택하는 기준은 각본을 읽었을 때 심장이 뛰는지라면서 김태용 감독이 쓴 '만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가슴이 뛰었어요. 애나라는 여자의 세상은 어떨까? 어떤 마음일까? 빨리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점점 그 역할을 만들어가면서 재미를 찾았죠."
촬영 전 애나의 캐릭터를 찾는 과정에서 김태용 감독과 의견이 부딪히기도 했지만 다툼은 짜릿했다고 말했다. "저는 착한 배우는 아니에요. 같이 작업한 감독과 모두 싸웠어요. 하하"
탕웨이는 "저는 감정이 다 표현되는 성격이다. 나라면 이런 감정이 다 표현될 것 같다고 했는데 감독은 그러면 안 되고 다 비우고 감추라고 계속 요구했다"면서 "감독이 누구보다 애나를 잘 이해할 거라 생각해서 일단 맡기고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제 성격 때문에 표정이 나오는 순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태용 감독의 그 고집을 사랑해요. 겉으로 볼 땐 수줍고 자기 의견도 말하지 못할 것 같은 분인데 마음속에 정해놓은 것을 밀어붙이는 고집이 있어 정말 좋았어요. 배우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 게 좋았죠. 배우들은 다 그래요. 하하"
함께 호흡을 맞춘 현빈에 대해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캐릭터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평했다. 호기심 때문에 현빈을 계속 관찰했다는 그는 "가끔은 하도 말을 안 해서 일부러 가서 말을 걸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그가 '만추'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영화 후반 교도소로 돌아가는 버스에 같이 탄 훈에게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Nice to meet you. I'm Anna."라고 인사하는 대목이다.

   "애나가 남자에게 모든 마음을 연 순간이거든요. 그거 촬영하던 때는 '내가 훈한테 졌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연기를 하고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내가 연기하는 인물의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기를 하기 전에는 영화를 볼 때 특히 연륜이 있는 배우들의 눈빛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게 신기했어요. 그런데 작품을 하다 보니 알게 됐죠.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그 사람(배우)의 영혼에는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 있다는 것을요."

극 중에서 애나는 미국에서 자란 화교라는 설정으로 중국어와 영어 모두 유창하게 구사한다.

   '색, 계' 이후 공백기에 영국에 가서 영어를 익혔다는 그는 "이상한 게 평상시에 외국어로 얘기할 땐 어색하다는 느낌이 없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내 입이 내 입 같지 않게 굳어진다"고 말했다.

   통역이 그의 이런 말을 전달하자마자 같은 내용을 영어로 다시 말해 뛰어난 영어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어로 연기할 때 한 가지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중국어로 한 번 말을 하고 나서 (영어로) 말을 해요. 중국어로 말을 할 때는 감정이 나오니 그 감정을 바로 옮겨오는 거죠. 한번 해보시면 색다른 경험일 겁니다. 이건 비밀이라 알려주면 안 되는데…. 하하."
다른 언어와 문화를 접하는 것을 즐긴다는 탕웨이는 한국 감독, 배우와 미국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영화가 정말 훌륭한 관객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관객이 '만추'를 어떻게 봐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어제 무대 인사를 하느라 10개 상영관을 돌아다니면서 관객들이 현빈씨를 보고 소리를 지르기에 이런 마음 상태로 영화를 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얘기했어요. (흥분한) 마음을 다 가라앉히고 천천히 영화를 보라고요."
탕웨이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 치마와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긴 머리를 가슴까지 늘어뜨린 모습으로 진지하면서도 웃음기를 띠고 인터뷰했다.

   기자와 오랫동안 시선을 맞추기도 하고 혀를 빼 무는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면서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농담이나 반문을 하면서 넘기는 영리한 모습에서는 아직 3편의 영화만 내놓은 배우답지 않은 노련함마저 느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