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40 (금)
"여성운동사 기록하는 게 꿈"
"여성운동사 기록하는 게 꿈"
  • 박여진 기자
  • 승인 2011.02.09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이옥선 회장
▲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이옥선 회장은 여성을 주제로 한 5편의 다큐를 제작한 감독이기도 하다.
5편 작품 연출한 여성감독
다큐로 여성의 이야기 담아

 "전 작품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현장에서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거든요."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이옥선(44) 회장은 감독이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그는 여성을 주제로 한 5개의 다큐멘타리를 만든 경력이 있는 여성감독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어요. 장면 장면이 주는 감동과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 흡수가 되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죠."

 그의 작품으로는 첫 작품인 `고함`을 비롯해 해고된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찍은 `눈물꽃`, 여성장애인의 성과 사랑을 담은 `러브 스토리` 등이 있다.

 다큐멘타리는 생생한 사실을 담아내야한다. 카메라에 자신의 삶을 비추는 것에 대해 꺼려했던 여성들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빈곤여성들이 자신들은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며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아했죠."라고 말했다.

 그가 만난 여성장애인들은 성에 대한 다큐를 함께 찍으면서도 거부하지 않았다.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그래요. 편견을 깨고 나부터 당당하게 이야기를 꺼내면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1년간 작업 속에서 밀접하게 관계를 맺게 된 그들과 계속 만나면서 저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는 1992년 마산수출자유지역 외자기업의 폐업과 집단해고에 맞서 싸우던 여성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창립했다. 이 회장은 1999년부터 함께했다. "저도 해고자였어요. 91년 해고를 당한 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99년 IMF 이후 실업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에 함께하게 됐죠"

 여노회는 집에서 청소, 아이돌보는 일들 등 가사서비스를 하는 돌봄 노동자에게 필요한 제도와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조례를 만들고 실질적인 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 등을 해오고 있다.

 1992년 시작된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는 곧 20주년을 맞는다. 그는 2002년 여성다큐 `고함`을 제작하기 위해 일을 그만 뒀다가 2007년 다시 함께했다.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이 것만큼은 꼭 해놓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회장은 여성운동사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것과, 여성들에 대한 목소리를 담은 구술사를 펴내는 것을 20주년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의 역사를 다큐로 만드는 것이 저의 오랜 목표이자 꿈이기에 이번에 시도하려구요. 또 영상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분명 있을 것 같아 여성들에 대한 목소리와 지원세력 등을 세세하게 담은 책도 펴낼 생각입니다"

 그는 다큐 교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말에 그는 "제가 감히 조언할 것이 있나요(웃음)"라고 했다. 그럼 질문을 바꿔 인생선배로서 젊은 여성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큐 교육 등을 통해 여대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요즘 친구들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급함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경험을 해보니 조급하게 결정을 내려 실패한 것들이 많더라구요. 저도 남편에게 다큐를 딱 3년 해보고 싶다고 졸랐던 적이 있어요. 무엇이든 적성에 안맞다고 금방 포기하지말고 경험해보시길 바래요. 어디서든 무엇을 하던지 간에 자기의 소중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박여진 기자>

yjpark@gnmae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