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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학교가 명품 도시 만든다
명품 학교가 명품 도시 만든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1.02.0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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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한 열 사회부 부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 도시에 항상 많은 관광객이 넘친다. 영국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는 대학 때문에 세계 최고 도시가 됐다. 유럽과 미국 등을 돌아다니면 명품 대학이 명품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좋은 교육기관이 있으면 반드시 그 도시는 이름이 난다.

 포항시가 포항제철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지만 1986년 포항공대가 세워지고 많은 인재가 그곳에 몰리면서 포항시가 ‘쇠와 두뇌’를 가진 좋은 도시가 됐다. 또 포항에 꽤 이름나 있는 다른 대학이 한동대학이다. 1995년 개교한 역사가 길지 않은 대학이지만 기독교 종교를 갖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선망의 학교다. 이와 같이 좋은 학교가 있으면 그 도시는 이름을 얻는다.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김해에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대학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김해가 50만 인구를 넘어섰다고 우쭐하고, 도시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져 외형은 자랑하는 데 안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다. 그 빈 속을 채울 수 있는 게 좋은 교육기관인데 그것이 없다.

 김해외고의 특혜시비는 오래된 문제다. 특목고는 정부지원 없이 지자체의 지원을 전제로 설립돼 운영되는 데 김해시가 일방적으로 지원비용을 줄이면 지역 우수인재 육성과 지역교육발전이라는 특목고의 존재 의의를 상실하게 된다. 김해시는 개교 후 100억원 이상을 김해외고에 지원해 왔다. 그래서 다른 학교와 형평에 어긋난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김해시의 이름을 대외에 알리고 명품의 반열에 올리는데 김해외고가 큰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김해시로 이사한 젊은 부부가 있다. 세 살바기 아이를 둔 젊은 엄마는 김해시로 이사 온 게 김해외고 때문이라고 했다. 이 엄마는 아이가 ‘좋은 학교’를 보고 자라면 나중에 입학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라고 이사의 이유를 달았다. 김해외고는 2010년 수능에서 언어ㆍ수리ㆍ외국어의 표준점수가 서울대원고, 용인외고에 이어 전국 3위였다. 그리고 올해 대학 진학에도 나름의 좋은 결과를 냈다. 고등학교나 대학이 설립돼 이름을 내기 위해선 많은 세월이 필요하고 엄청난 투자가 뒤따른다. 김해외고가 2006년 개교 후 짧은 시간에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까지 김해시를 교육으로 이만큼 이름을 전국에 알린 경우는 없었다.

 좋은 학교가 있으면 전국적으로 인재들이 몰린다. 그만큼 도시의 이름을 세워주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로 되는 게 없듯 좋은 교육을 위한 예산은 분명히 든다. 김해시는 좋은 공립 외고를 유지하기 위해선 보편적 교육혜택을 위배한다는 명분을 내려놓아야 한다. 전국 최고의 명문고가 김해 지역에서 만들어져 가면 모든 시민의 자부심이 커질 것이고 훗날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김해를 방문하면 김해외고를 꼭 들르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김해외고를 찾다가 김해를 관광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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