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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지보(邯鄲之步)
한단지보(邯鄲之步)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1.02.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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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안팎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한화ㆍ태광 수사가 처음과 달리 큰 재미를 못 보자 수사를 지휘해 온 서울서부지검장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아 검찰의 수사 능력이 의심 받고 있는 가운데 한화ㆍ태광 수사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스폰스 검사’ ‘그랜저 검사’로 빚어진 도덕성 손상은 아직도 유효하다. 여기에 법무부가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고검장급 9명 중 6명의 보직을 바꿔버렸다. 검찰총장까지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자기 본분을 잊고 남의 흉내를 내면 양쪽 다 잃게 된다는 한단지보(땅이름 邯, 나라이름 鄲, 어조사 之, 걸음步)가 장자 추수편에 나온다. 위모와 공손용의 대화 중에 연나라 시골 수릉 사람들이 대국인 연나라 수도 한단에 가서 걸음걸이를 배웠는데 결국 자기들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다.

 검찰총장의 영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한 검찰이 자기 걸음으로 당당히 걷지 못하고 또다시 청와대나 법무부를 바라보며 옆걸음 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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