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0:46 (수)
청문회 무용론 제기
청문회 무용론 제기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1.01.22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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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영 호 서울지사 부국장 겸 정치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사청문회가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열린 정병국 문화관광체육부장관 내정자 및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일찌감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되면서 그저 통과의례에 불과한 ‘김빠진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인정론’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막상 ‘판도라 상자’를 열어보니 거기에는 또한번 국민들을 실망과 충격의 도가니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또다른 ‘도그마’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내년에 있을 19대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정병국 후보자의 경우 방대한 문화관광체육부 업무파악을 위한 준비기간만 최소한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임기간이 10개월에 불과한 문화부 장관으로 추천하고 또 이를 맡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국민과 국정을 도외시한 무책임과 오만함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국회의 문화관광방송분야 상임위원장을 맡아 소관부처를 감시,감독,견제해오던 선량이 하루아침에 피감기관의 장으로 가겠다는 것과 국회에서 심의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자가당착적 코미디’라 아니할 수 없다.

 청문회 보고서 채택 자체가 거부된 최중경 지경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이번 청문회에서 인사권자인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만을 최고조로 가중시킨 인물로 손색이 없었다.

 마치 봇물처럼 쏟아지는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속시원한 해명도 못한채 군색한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화법은 그동안 익히 봐왔던 터라 그다지 분통터질 게 없지만 정도를 넘은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반성은 커녕 고압적인 자세로 따지는 듯한 태도는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특히 자신의 처가 식구들의 땅 투기로 졸지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버지의 유일한 재산을 잃고 불우한 삶을 살아야 했던 어린 삼남매의 비극적 사연에 대해 ‘계약체결에 아무런 하자가 없으므로 책임없다’는 투의 비정스런 답변태도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더우기 여야 의원들로부터 “비록 부동산 투기가 배우자와 처가쪽 사람들이 한 일이지만 본인이 전혀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니 사과하라”는 충고에도 “내가 살기위해서 죽은 장모를 투기꾼으로 몰 수 없다”며 억지를 부려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과 사’도 구분못하는 사람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겠느냐는 배신감을 안겨줬다.

 또 하루라는 짧은 시간동안에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겠는 것 자체가 ‘면피용 정치쇼’에 불과할 뿐아니라 설혹 ‘잘못된 인사’라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제도적 장치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 ‘이 땅에 청문회가 왜 필요할까’라는 회의를 갖지않을 수 없다.

 국가와 공동체의 도덕적 수준은 고위공직자의 도덕적 수준에 의해서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인사원칙이나 엄격한 잣대가 없는 바에야 차라리 도덕적으로 덜 타락했던 예전의 인물을 뽑는게 오히려 더 나을 뻔했다는 후회도 든다.

 그래서인지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만난 격”이라는 야당 원내대표의 자조섞인 넋두리가 더욱 가슴에 절실히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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