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3:34 (토)
현빈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현빈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1.01.20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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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태 영창원취재본부 부장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현빈의 해병대 입대 소식이 알려지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자, 사회로부터 다른 사람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자,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자가 자기와 가족만을 위해 그 지위와 재물, 능력을 사용한다면 그 사회는 발전하기 어렵다.

 제국을 건설한 로마의 힘은 군대를 지휘한 경험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데서 나왔고, 재물이 많은 사람은 공공시설을 지어 시민에게 내놓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전통적으로 군 복무를 중요시해 온 영국왕실에서는 왕위계승 서열 3위 해리왕자가 아프가니스탄 최전방 교전지역에서 근무했다.

 신체검사에 불합격, 입대를 할 수 없었던 케네디 대통령의 입대 의지는 놀랍기까지 하다. 그는 미국을 움직이는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없다며 아버지를 동원, 편법 입대까지 했다.

 6ㆍ25전쟁 당시 미국 현역장성의 아들 142명이 참전, 이중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고, 모택동의 아들도 참전하다 전사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김 구 선생의 증손자 김용만씨가 할아버지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 아버지 김양 국가보훈처장의 대를 이어 3대째 공군 장교로 얼마전 임관했다.

 또 최근에는 전 육군참모총장의 아들이 최전방 전선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있었다.그런데 그뿐, 익히 알만한 지도층 인사 자제들이 최전방 전선에서 복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현역복무는 배경없고 힘없는 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자조가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으면서 때만되면 각종 병역비리들이 적발되곤 하는 것이 우리현실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상당수 젊은이들이 전쟁이 나도 참전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군복무와 안보에 대한 인식에 커다란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해병대를 지원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났다. 전쟁이 나면 참전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안보를 등한시하거나 남에게 의지하다 낭패를 당한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대한제국이 그랬으며 6ㆍ25가 또한 그랬다.

 다행히 몇년전부터 인기배우나 가수들이 현역입대하는 경우가 늘면서 병역기피는 부끄러운 일이며, 입대는 남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당연한 일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연예계 병역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나온 반사적 현상이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반가운 현상이다. 이번 현빈의 해병대 입대소식은 이러한 추세에서 나온 하이라이트라 할만 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진자, 힘있는 자, 많이 배운자들이 가진 것을 나누고 누리고 있는 지위와 명성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데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러한 부끄러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보다 높은 사회적 책무와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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