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매몰된 가축 두수는 10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안락사 시킬 약품 공급이 끊기면서 생매장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3주 이상 살 처분에 동원된 수의사들이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직과 휴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제역, 광우병, 조류독감. 예전에 없었던 가축병들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인간의 질병에 이어 가축 질병도 다양해지고 강한 균들이 출몰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해지고 강해진 바이러스의 출몰을 놓고 인간 생활상의 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사시사철 돌아가는 냉난방기, 한 겨울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오는 난방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모기유충들이 얼어 죽지 않고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겨울을 잘 버틴 유충들이 성충으로 변해 이른 봄부터 인간과 가축의 피를 노리면서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다.
모기 유충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 하면서 인간과 가축의 고른 영양분 섭취에 맞서고 있다. 더 강한 항생제 개발에 맞서 내성이 강해진 변종 바이러스들이 생겨나 인간과 가축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른바 항생제와 바이러스의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
고른 영양 섭취로 인간과 가축이 건강해진 반면 바이러스들도 건강해지는 동반강화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보건당국의 방역활동과 예방 등의 대응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바이러스들의 진화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과학적 판단과 달리 사랑을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 변화가 질병을 다양하고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식동물인 소들에게 소의 내장을 갈아서 먹인 영국 가축농들의 저주가 광우병을 만들었다는 분석과 같이 동물학대 등 식어버린 인간의 동물사랑이 다양한 가축병을 만들었다는 의견이다.
과거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은 인간들의 사랑이 있었다.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과 농사짓고 남은 채소와 들판과 산에 늘린 풀들을 베어 먹였다.
겨울 초입에 고구마 넝쿨을 말려 창고에 저장하는 농부의 손길에는 따뜻한 가축사랑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현대의 가축은 공축(工畜)으로 변했다. 대형화 되고 자동화된 공장(?)에서 가축들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공산품을 찍어 내듯 만들어 지고 있다.
“동물과 가축에 대한 사라진 애정, 각박해져가는 인간미, 사랑을 잃어가는 인간들에게 가축들이 대항하고 있다”는 철학적 지적처럼 구제역은 가축에 대한 사랑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에게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