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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을 보선과 ‘경남 무관심’
김해을 보선과 ‘경남 무관심’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0.12.27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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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차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기 시작,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2009년 3월. 필자는 서울취재본부 소속 국회의사당 출입기자로 연일 터지는 경남지역 정치인들의 비리소식을 타전해야 했다.

 김해시에 본사를 둔 경남매일과 필자에게는 특종의 기회였지만 고향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무거운 역사의 현장을 함께 걸어야 했다. 김해지역 국회의원의 고등법원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 보도내용의 진위를 대답한 일은 김해시민들에게 특종 뉴스가 되기도 했다.

 필자는 이맘때 쯤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를 단독 인터뷰 할 기회를 잡았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강 전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 분당의 개인 사무실. 강 전 대표는 필자의 명함을 받고 “신문사 본사가 김해에 있네요. 김해시장이 얼마 전에 박연차 사건으로 구속됐지요”, 필자는 조금 불쾌하게 “그 분은 전 김해시장이고 현 김해시장은 멀쩡합니다”라고 답했다. 강 전 대표는 미안하다고 두 번씩이나 말 했지만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고 차기 대권을 준비중인 비중 있는 정치인이 ‘내 고향에 관심이 없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필자의 뇌리에 각인된 한나라당과 중앙정치무대의 지방, 특히 ‘경남 무관심’은 취재 현장에서 수없이 목격됐다. 각종 인쇄물에 지역 표기의 오기는 기본이고 각 정당 당보에 인쇄된 경남지역 시장.군수들의 이름이 뒤 바뀌는 일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김해을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경남 무관심’이 재연되고 있다. 최근 거론되는 후보 명단에는 경남을 자신들의 ‘텃밭’이라 여기는 한나라당의 오만이 숨어있다.

 최철국 의원의 낙마로 내년 4월 27일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김해을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을 보기위해 언론 등을 통해 흘리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출마설은 한나라당이 경남지역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지난 8월 국무총리 후보에 올랐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결국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인물로 지목돼 스스로 물러났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0월 6개월 일정으로 공부를 더해야 한다며 중국으로 떠났다.

 경남도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자존심에 큰 타격을 주고 해프닝으로 끝난 ‘김태호 총리카드’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김해을 지역 보궐선거에 또 다시 이름을 올리는 것을 보고 “한나라당에 인물이 그렇게 없나”는 우려와 “총리는 못해도 김해서 국회의원을 할 수 있냐”는 비아냥의 말들이 오가고 있다.

 김해을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이 같은 중앙정치권의 ‘경남 무관심’과 홀대가 다시 투영되는 듯해 경남 유권자의 한사람으로 심기가 불편하다.

 ‘꼬쟁이만 꽂아도 한나라당이면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종언을 고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또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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