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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사자성어를 기대한다
희망의 사자성어를 기대한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12.27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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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는 경인년도 이제는 마무리할 시점을 맞았다. 경인년 범띠 새해를 보며 마음을 다잡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남은 달력은 달랑 한 장, 아무 것도 한 것 없이 며칠 지나지 않아 또 한 해가 지나간다.

 범띠해의 활기찬 기상으로 시작한 올 한 해는 숨 돌릴 틈 없는 사건의 연속으로 얼룩졌다. 교수신문은 전국 각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를 꼽았다고 밝혔다. `장두노미(감출 장, 머리 두, 드러낼 노, 꼬리 미)`란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한 모습을 뜻하는 말로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결국 은폐된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밝혀진다는 뜻을 갖고 있다. 꼬리는 드러낸 채 머리만 숨긴 꼴이 현재 우리나라의 처지라는 것이다.

 진실을 숨기기에 정신없고, 혹여 들통 나지나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 말이다. 잘못했으면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하면 될 것을 의혹 해소는커녕 되레 큰 소리치고 있으니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는 상아탑의 준엄한 질타로 한해가 다한다.

 이제 며칠 지나면 새해로 넘어간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이 지금처럼 꼭 들어맞을까 싶다. 일 년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4대강 사업,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 논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말로는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서도 오히려 불공정한 행태를 반복하는 이중성을 비판하고 있다. 2009년 올해의 사자성어에 선정된 `방기곡경(旁岐曲逕)`도 마찬가지다.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한다는 뜻이니 현 정부에 대한 대학사회의 일반적 평가는 지난해나 올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현재 한반도는 전쟁 일보직전의 상황으로 치닫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이러다 진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마저 감돈다.

 호전적인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인명살상용 전쟁 장비가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하다. 이러다 혹시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같은 삶, 팍팍한 삶 자체가 전쟁이란 정제되지 않은 외마디가 더 불안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직장생활은 늘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전쟁이고 자녀들 교육도 죽고 살기로 덤비는 전쟁이다.

 여기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라니, 모두가 전쟁인 것 같다. 모두가 전쟁이다 보니, 진짜 전쟁이 얼마나 비극적인 지도 가물가물하다. 정치실종이 몰고 온 현상으로 요즘 정치집단의 행태를 보면 꼴불견이다. 위기상황에도 아집독선이 잦다.

 여야 모두가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면 말고 식의 억지와 생트집 등, 모두가 소통을 요구하면서도 소통을 않고 제목소리만 낸다. 그래서 여야 모두는 국민을 위한다고 포장하지 말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다.

 조사결과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은 직군은 정치인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여야는 송구영신의 자세로 2008년 올해의 사자성어였던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 받기를 꺼린다,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한다)`를 한번쯤 되새겨 보기를 권한다.

 망년은 보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가서는 새해와 더불어 공감의 숨을 쉰다. 죽음과 탄생…, 그야말로 사생공생(死生共生)이다. 죽음과 삶이 어울려 사는 공통의 진리 속에서 정치집단만 독불장군일 수는 없다. "정치만 개판"이란 민초들의 원성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치가 지력(地力)을 다했다면 정치권은 객토(客土)되어야 한다.

 객토를 해서라도 희망의 사자성어가 우리나라를 뒤덮는 날이 반드시 오도록 해야 한다. 전쟁 같은 삶이지만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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