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9:45 (목)
그래도 판도라 상자는 열어야
그래도 판도라 상자는 열어야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2.07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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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끊임없이 알려고 한다. 요즘 위키리크스를 통해 외교문서가 폭로되면서 몰랐던 사실이 세상에 속속 밝혀져 불편한 나라나 개인이 많다. 사람의 호기심은 세상 어디든지 간다. 대부분 사람들은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고 많은 사실을 알면 대개 행복해 한다. 위키리크스가 풀어 놓는 여러 사실들은 서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것이 적더라도 그 정보를 들어 아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남들은 아는데 나만 몰랐다면 삶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는 제우스가 절대로 열지 말라던 조그만 상자를 갖고 있었다. 판도라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 지 궁금할수록 더욱 더 열고 싶은 욕망을 다스릴 수 없었다. 결국 금기를 깨고 상자를 열어젖혔을 때 그 속에서 온갖 재앙과 질병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깜짝 놀란 판도라는 재빨리 상자 뚜껑을 닫았지만 그 속에 있던 모든 것은 다 날아가고 단 하나 희망만이 남는다. 사람들은 어떤 사실을 알면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아는 것에 손을 든다.

 위키리크스의 대표이자 창립자인 줄리안 어샌지의 평가는 극명하다. 정부 인사들은 그가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면 하고, 정보에 굶주렸던 사람들은 그가 정보에 소외됐던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여긴다. 사람은 얼마나 알아야 행복할까. 사람은 모든 것을 알아야 행복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일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모르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여 좋으나, 무엇이나 좀 알고 있으면 걱정거리가 많아 도리어 해롭다. 공정사회에서는 정보의 흐름이 막히면 안 된다. 정보의 흐름이 왜곡돼 한쪽으로 쏠린다면 불공평한 사회다.

 국가나 조직은 정보를 쥐고 개인을 속박하려는 속성이 있다. 감시가 있어야 정부나 사회조직이나 회사의 부패를 줄일 수 있다. 권력은 무엇이든 숨기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감시하지 않으면 군림하려 한다.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이런저런 정보가 닫혔다면 국민의 불신의 극에 달했을 것이다. 아직도 국정원이 연평도 사태 이전에 서해 5도에 대한 북한의 대규모 공격 계획을 인지했으면 이를 대통령에 보고하고 군에도 전달했다는 주장한 것을 두고 국정원, 청와대, 국방부가 진실게임을 하고 있다. 포격을 당한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두고 관계 당국자 간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안들을 유야무야 묻어버리면 국민적 의혹으로 남게 될 것이다. 연평도 피격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실제 했는지가 아직도 오락가락한다.

 국민은 이런 중요 사안을 반드시 알려고 한다. 정부가 국방에 대한 신뢰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숨긴다면 더더욱 국민적인 반감이 일어날 수 있다. 국방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런 의혹에 눈감고 지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책임의 소재가 밝혀지기를 바란다. 권력은 쥔 쪽은 실패를 숨기려하고 국민은 반드시 알려고 할 때 접점이 없다. 하지만 털어 놓아야 뒤탈이 없다. 혹,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충분히 주고 있다면 국익을 위해 판도라 상자를 여는 걸 늦출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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