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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과 면죄부 판매
연평도 포격과 면죄부 판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30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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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한 열 사회부 부장

 중세 유럽이 종교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교회가 ‘신의 대리인’이라는 걸 내세워 신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성서는 라틴어로 기록되어서 아무나 읽을 수 없었다. 가톨릭 사제들만이 성서를 읽고 해석을 내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바로 법이 되었다. “언어의 독점이 권력의 독점으로 이어진다”는 미셸 푸코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16세기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은 그 당시 교회에 대한 불판과 비판의식이 조금씩 싹텄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 목숨을 걸고 대항한 사람이 마틴 루터다. 특히 독일의 종교개혁은 마틴 루터가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맞받아치면서 일어났다. ‘신의 용서’를 장사하는 ‘신의 아들’에게 반론을 제기했으니 그의 목숨은 자기 것이 아니었다.

 북한의 3대 세습은 독점한 권력을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거대한 속임수다. 김일성이 1946년 2월 북한 최초의 중앙권력기관인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명실상부한 북한의 1인자로 등장했다. 그 후 김씨 3부자가 54년간 암흑시대를 이끌며 마치 종교집단과 같은 정치체제로 신탁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 김 부자가 신탁을 곤곤히 하기 위해 연평도에 무수한 포탄을 쏘는 등 광기를 뿜고 있다. 거의 단말마적 발악으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고 지금 이런 광기의 저주는 어디로 다시 흐를지 예상하기 힘들다. 두 부자는 알고 인민은 모른다. 북한에는 수평적인 사고가 없고 인민은 김 부자로부터 나오는 ‘신의 말’을 지식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교회가 라틴어를 무기로 권력을 곤곤히 한 것같이 김 부자가 이 지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인민을 지배할 수가 있다. 인민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중세 교회의 막강한 권력에 대항한 마틴 루터와 같은 이단아가 북한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세 교회가 종교 개혁이 일어났을 때 행한 조치가 마틴 루터의 파문이다. 그 당시 파문은 죽음의 선고나 마찬가지다. 북한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신의 통치’를 거역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나온다. 이게 중세 교회가 던져준 교훈이다.

 중세의 암흑기를 밝힌 것은 종교개혁이다. 비록 신의 지식을 독점해 영원히 중세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여겼지만 끝은 있었다. 그 끝의 전주곡이 면죄부 장사였다. 교회가 아무리 막가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면죄부 판매였다. 하느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기 위해 기도하고 참회를 해야 했는데, 감히 이런 성스러운 종교행위로 얻을 수 있는 죄 용서를 돈을 받고 주었으니 말세의 작태였다.

 북한이 지금 이 모양이다. 연평도를 해안포로 공격한 것은 엄연한 침공이다. 지금까지 6ㆍ25전쟁 이후 이 같은 도발은 없었다. 이만큼 북한이 제 무덤을 파고 있다. 중세 교회가 면죄부를 팔아 제명을 재촉한 것처럼 북한이 이러고 있다. 동이 트기 전에 어둠이 한 번 더 몰려온다. 이 어둠의 터널을 지나면 밝은 햇살이 쏟아진다고 기대하는 건 나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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