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0:32 (금)
하이에나 같은 그랜저 검사
하이에나 같은 그랜저 검사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23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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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는 비리와 싸우는 정의의 사도(使徒)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았을 그런 인물이 요즘 TV드라마 ‘대물’에서 활약하고 있다. 권상우가 연기하는 ‘하도야’는 비자금에 연루된 여당 대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싸우는 열혈 검사다. 극 중 하도야는 모두가 불가능 하다고 하는 일에 일개 검사로 앞장서면서 칼을 맞기까지 한다. 거대 권력과 맞서는 한 검사의 활약상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쏙 빼놓고 있다. 큰 권력과 맞서 죽음까지 불사하는 검사가 현실에 있기는 한가.

 박상원이 연기한 ‘모래시계 검사’는 절친한 친구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어떤 불의에도 굴하지 않는 정의의 보루로 그려졌다. “친구 태수가 서른 살, 짧은 생을 마감하던 날, 떨리는 목소리로 ‘그게 겁나…내가 겁 낼 까봐’ 말하는 걸 눈뜨고 지켜보며 저는 울었습니다. 우리가 견뎌야 했던 그 거친, 상처투성이의 세월이 아파서 였습니다. 인간 박태수의 삶이 그렇게 마지막으로 치닫는 그 시간에도 의롭지 아니한 권력은 펄펄 살아 우리 사회 곳곳에 버젓이 살아 숨 쉬고 있어서 였습니다” 검사가 피고를 향해 눈물을 훔치고, 사회에 악이 더 날뛰는 걸 생각하며 흘리는 뜨거운 눈물도 현실에서는 차마 볼 수 없는 장면이 아닐까.

 검사의 예리한 칼끝은 세상의 부패한 곳을 향하고 사회의 정의를 세우는 최고의 검객으로 그려지지만 현실에서 칼날이 무뎌지고 권력 앞에선 무한정 초라해 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지금 ‘그랜저 검사’ ‘스폰스 검사’ 등 온통 뻔뻔한 검사만 판치는 것 같다. 사건 청탁을 받고 그랜저를 대가로 받은 통 작은 검사나, 좋은 술집을 전전하며 스폰스를 받는 파렴치한 검사가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것 같다.

 자신이 검사라는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사업가나 돈 많은 사람들에게서 불법적으로 돈을 받는다거나 술 등 접대를 받는 그러한 검사들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검사가 밀림의 사자 같이 자칼을 한 번에 숨통을 끊어버리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같다. 하이에나가 더러운 고기 맛을 알면 항상 그런 곳을 찾는다.

 그들이 검사가 된 후 자신들이 스스로 타락한 건지 사회 구조가 나쁜 검사로 내모는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 오명을 씻기가 쉽지는 않다. 누구나 힘을 알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뒤를 봐주고 뭔가를 챙기는 것은 너무나 쉽다. 힘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힘이 의롭게 쓰이지 않으면 범죄 집단이 사용하는 힘과 무엇이 다른가.

 하도야ㆍ모래시계 검사보다 그랜저ㆍ스폰스 검사가 더 친숙한 것이 분명 문제다. 권력의 부침에 따라 검찰이 여러 색깔을 바꿔 왔지만 지금은 검사 자체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게 급선무다. 검사 같지 않은 검사가 모여 있는 데, 아무리 바깥에서 이러쿵저러쿵 한들 뭐 하겠는가. 스폰스 검사와 그랜저 검사의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버리고 하도야ㆍ모래시계 검사라는 소리를 들을 때부터 진정한 검찰 개혁은 시작되는 것이다. 어디 착한 검사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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