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29 (금)
누가 경남도민을 화나게 하나
누가 경남도민을 화나게 하나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11.22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근 칼럼
이사/취재본부장

 `강 건너 불구경`이란 말이 있다. 불똥이 자신에게만 옮겨 붙지 않는다면 이만한 스펙터클도 없다. 그런데 불구경 못지않게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다. 싸움은 장본인들이야 얻어터지건 말건 보는 사람은 재미가 그만이다. 그래서 불난데 부채질 하듯 은근슬쩍 부아를 돋워 판을 키우는 얌체 구경꾼들도 있다. 그러나 그 싸움이 몸싸움이 아니라 권력 다툼에 이르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 싸움이 알게 모르게 나(경남도)한테까지 옮겨 붙어 생각지 않은 손해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가 경영을 둘러싼 권력다툼에 이르러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국기를 흔들고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 낙동강싸움의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그 짝이다. 정부를 향한 소통은 주장하면서 김 지사를 향해 소모적 논쟁을 중지하라는 경남도내 시장군수들과의 소통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국토부가 위탁한 낙동강사업 대행협약의 해제를 통보한 것에 대해 김두관 경남지사는 "강 사업에 대한 해제통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도민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모든 법적수단을 강구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어 야 4당, 낙동강 사업을 반대하는 모든 단체와 함께 도민의 생존 및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연대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야당의 지원사격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55명 가운데 84%인 46명이 4대강 사업에 찬성하고 반대는 9명뿐이다. 같은 강 유역이라도 상류지역과 하류지역이 다르고 시장 군수와 도지사 견해가 충돌하기도 한다. 특히 전남지사의 경우는 민주당 당론에 배치되는데도 영산강사업을 찬성했다. 금강을 낀 충남과 충북도 경우는 다르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다.

 하지만 경남은 강 싸움의 중심에 섰다. 대립과 갈등의 상징으로 바뀌어 버린 느낌이다. 혼란스러운 것은 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과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는 탓인가. 도무지 아리송하다는 도민들도 적지 않다. 경남도의 행보가 명쾌하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인가. 또 낙동강 수계 대부분 시군이 찬성 입장을 보이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중앙정부가 국가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도 안 되지만 도지사나 시장이 중앙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기를 드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선거운동을 할 적에는 반대했더라도 취임한 뒤에는 진정 도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신중히 살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주민사이에서 마찰과 갈등을 줄여 나가는 것도 자치단체장의 소임이다. MB도 대선 때 대운하를 공약으로 해 압승한 후 국민여론이 뒤집히자 강 사업은 대운하를 제외한 정비 사업에 우선해 추진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야권은 대운하의 전제란 것을 주장하고 있고 여야 모두는 경남도민을 위해서 낙동강사업을 찬성하고 반대한다는 상반된 주장도 편다. 김두관 지사는 선거 전략상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야권연대의 단일후보였다.

 이에 빗대 낙동강 반대를 이슈화 해 경남도민의 이익보다는 정치인 김두관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으려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경남도민들은 진보와 보수에 앞서 여야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cross over)행보와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함께 큰 정치인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법적대응을 몰고 온 중앙정부나 대응하는 지방정부 간 소통의 길이 이 것뿐인지 한심스럽다. 정부는 경남도의 재조정 협의에 알레르기를 보일 이유가 없다.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것이 국책사업 추진에도 도움이 된다.

 또 경남도 도 정부와 시군과의 조정자 역할에 주목하면서 강 살리기의 근원적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영남인과 함께 영원히 흘러야 할 낙동강이 꽃놀이패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할 지혜와 통로를 앞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이 `벌거벗고 환도(環刀)차기 식`싸움판을 벌이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경남도민(구경꾼)들의 염장만 지를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