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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막는 ‘얼짱 아이돌그룹’
공정사회 막는 ‘얼짱 아이돌그룹’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1.19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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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한 열
편집부장

 추호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타박할 생각은 없다. 요즘 같은 비주얼 시대에 외양이 우선시 되는 건 당연지사고, 능력을 더 인정받기 위해 성형을 해 스펙을 두툼하게 하려는 게 요즘의 외양추구 현주소다. 지금 뜨고 있는 아이돌 그룹 중에 남녀를 불문하고 하나같이 예쁘다. 여자가 예쁜 건 날 때 받은 축복이라 치더라도 남자까지 여자같이 예쁘다 못해 섹시하다. 남녀 성 간에 외모의 구분이 무너진 지 벌써 오래전이지만 오직 ‘예쁜 것’에 목매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너무 경박한 외양지상주의 중병에 걸렸다고 진단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들은 처음부터 잘 생긴 외모와 잘 짜여진 각본대로 무대에 올려져 예상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든 게 상품으로 인정받고,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건 출중한 외모다. 지금까지 아이돌 그룹 중에 평범한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일반인들은 그들의 얼굴이 돋보이지 않으면 그런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기준이 ‘예쁘다’에 초점이 맞춰있으면서 심지어 능력까지 덩달아 그 기준에 얽어버린다. 알게 모르게 예쁘면 능력이 있고 못 생기는 능력이 없다는 등식을 강요되는 사회다.

 어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평형 200m 결승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정다래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됐다. 예상 같이 온갖 신문은 ‘수영 얼짱’ ‘울어도 예쁜 그녀’ 등등 실력보다는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수영선수가 예쁜 게 죄가 아니라 얼짱이라서 ‘금빛 물살’을 가른 것처럼 비친다. 여하튼 우리 사회는 예쁘다는 건만 추켜세우는 단순 사회다. 지금 ‘예쁜 게 죄가 아니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못생긴 걸 죄라고 여기는 게 문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정다래가 예쁜 얼굴과 실력으로 국민 여동생이 되든 중고등학생의 누나가 되든 그게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를 왜곡시키는 외모 만능을 걷어 버리자는 것이다. 너무 외모를 추구하는 경박한 사회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말하면 촌스러운 사람으로 만든다. 사람의 진정한 미(美)는 삶을 통해 묻어나오는 외양이다. 중고등 학생들에게 오직 외모만 추구하라고 강요하는 이런 대중문화는 큰 병폐다.

 여자의 용모가 아름다우면 운명이 기구하고 명이 짧다는 건 지금에 와선 전설 같은 소리다. 오히려 가인후명(佳人厚命)이다. 동양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진 양귀비가 ‘안록산의 난’ 중에 군인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가인박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예전의 가인박명의 약발은 더 이상 없다. ‘예쁜 사람은 팔자가 사납다’라고 하면 빰 맞는다.

 중고등학생들의 최대 관심인 아이돌 그룹, 그 중에서도 누가 더 잘 생겼는가가 그들이 좋아하는 선택의 기준이다. 여학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더 잘 생겼다는 걸 두고 말다툼까지 한다. 지난주 딸아이가 좋아하는 샤이니 멤버 민호를 못생겼다며 농담했다가 하루 종일 아빠한테 침묵시위를 해 어쩔 수 없이 민호가 제일 잘생긴 걸로 입력돼 버렸다. 지나치고 왜곡된 외양주의가 어쩌면 공정사회를 가로막는 걸림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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