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06 (토)
도민이 준 권한 함부로 쓰지 말라
도민이 준 권한 함부로 쓰지 말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11.08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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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기만 하면 100가지가 달라진다는 직업이 있다. 국회의원과 별이다. 우리사회가 흔히 일컫는 출세의 징표다. 하지만 지방자치제 실시 후 이보다 더한 것이 자치단체장이다. 특히 경남지사 등 국내에서 단 16명만 존재하는 광역단체장은 막강한 인허가권한 등 1천가지가 달라진다고 회자될 정도다.

 별은 군이란 특수조직이나 우리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군사정권에 농락당했고 온갖 혜택과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었다. 하지만 변했다. 디지털 시대에 바뀌지 않는 한 가지, 바로 우리 정치현장이다. 그 중심에는 100가지 달라진다는 국회의원과 1천가지가 달라진다는 광역자치단체장이 있다.

 국회의원은 어떤가. 개인 사무실이 제공되고 4급 보좌관을 포함해 7명의 비서에다 인턴 두 명까지 합하면 9명이 지원된다. 연 1억 원 정도의 세비에 정책개발비, 차량유지비 등 이런저런 명목의 활동비는 기본이다. 법안을 발의할 수 있고 정부를 상대로 항시 질문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

 철도 등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년에 1억5천만원(선거 없는 해)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이다. 무책임한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 건 면책특권을 악용한 결과다. 게다가 죄를 짓고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특권이 있다. 이보다 더 큰 특권은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다.

 청문회장에서는 후보는 말 그대로 고양이 앞의 쥐다. 한나라당이 야당시절 낙마시킨 총리, 장관 후보자만 7명이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뒤엔 민주당이 총리 후보자 등 7명을 낙마시켰다. 낙마 사유는 다름 아닌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의혹 등 도덕성 문제였다.

 그 타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의원들이 공직사회에 강도 높게 요구하는 게 다름 아닌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와 솔선수범하는 자세)다. 이 같이 정부에 공정사회의 칼날을 들이댔던 정치권도 특채의혹에 휩싸였다. 의원 10여 명이 4, 5급 비서진에 동생이나 딸 조카 등 친인척을 채용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일부 의원은 미국의 시카고 명문대출신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며 억울해했다. 하지만 국민의 법 감정, 즉 정서법에 배치돼 고개를 숙였다.

 광역자치단체장, 즉 경남지사는 어떤가. 연간 5조원이 넘는 예산과 인사권 등 양손에 떡을 쥐고 있다. 또 각종 인허가권한 등 실로 견제장치가 없을 정도다.

 국회의원은 자신이 직접 골라 채용해도 무방하지만 국민정서법에 배치돼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경남도는 공개채용을 빌려 도민을 우롱했다. 도민을 들러리로 해 김 지사의 측근을 합격시킨 특혜논란에도 안하무인격이다. 특히 청년백수가 넘쳐난 가운데 도민응시자를 팽개친 인사전횡, 만사가 아닌 망사(亡事)란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A의 경우 면접시간 1시간 30분 지각에도 법상 하자 없다만 들먹거린다. 면접기회는 줄 수 있겠지만 합격시키란 법은 아니지 않는가. 한마디로 패널티를 줘야 할 사안임에도 인센티브를 준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B의 경우 감사원 감사 중 드러난 자격의 의문에도 합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경남도 인사시스템의 한계만 탓할 수 없다.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지만 "척보면 압니다"로 대변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도정운영은 향후 도청 직원들에게는 백약이 무효일 수도 있다. 김 지사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은 잘못)`란 고사를 인용, 잘못된 채용 절차와 내용은 고쳐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행하지 않으면 양두구육(羊頭狗肉, 겉은 훌륭해 보이는 데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이라 지탄받을 것이다. 1천가지가 달라졌다고 경남도민까지 들러리(불모)로 했으니 그 권한(?)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일 아닌가. 하지만 도민이 준 권한을 함부로 휘둘러서야 되겠는가. 카르마(karma)가 될 수도 있다. 벌써 김 지사의 귀만 뚫어줘도 성공이란 비아냥거림인 여론이니 정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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