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2:34 (금)
종남첩경(終南捷徑)
종남첩경(終南捷徑)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0.28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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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일생을 속아서 산다’는 말은 세상살이에 온갖 어려움을 겪어도 다음번에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속에서 산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희망과 동떨어진 곳에 있어도 자신을 속여 차차 나아질 것을 믿는 것이다. 만약 이런 ‘선한 속임’이 없으면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머리 위에 두는 것이 괴로운 사람들이 많다.

 출세를 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지름길은 종남산(終南山)에 있다. 唐(당)나라 때 노장용(盧藏用)은 진사(進士) 시험에 붙은 후 임용이 되지 않아 몹시 초조했다. 그래서 그는 학문과 자기 수련만을 추구할 뿐 세속적인 출세에 초연한 선비들이 은거하는 종남산에 들어갔다. 그 산에는 사마승정(司馬承幀)이라는 진짜 현인(賢人)이 살고 있었는데 조정에서 관직을 맡겨도 듣지 않았다. 은거한 후 노장용의 명성이 조정에 알려져 좌습유(左拾遺)라는 벼슬을 받았다. 노장용은 종남산을 출세의 지름길로 이용한 것을 두고 종남첩경(끝 終, 남녘 南, 빠를 捷, 지름길 徑)이라 불렀다.

 좋은 학벌이나 가문의 배경이 없는 사람들은 이용할 종남산조차 없다. 출세로 나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선한 마음이 갑자기 닥친 한파를 이기는 첩경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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