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03 (금)
맞아 떨어진 김 지사의 좌우명
맞아 떨어진 김 지사의 좌우명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10.25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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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관 경남지사 집무실을 찾으면 `불환빈(不患貧) 환불균(患不均)`이란 대형 액자가 압도한다고 한다. 김 지사가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이 말은 `백성은 가난에 분노하기보다 불공정에 화낸다`는 뜻이란다. 현재 경남도는 김 지사의 측근, 지인들의 인사문제가 특혜 논란으로 이어져 뜨겁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지사 집무실에 걸려 있는 좌우명 그대로 "도민들이 인사문제로 화를 내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정부의 경우도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파문이 일어난 후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각 부처, 국회 등 전국이 온통 특채란 구덩이에 빠진 격이다. 공정한 사회는 빈말인가.

 `남이 하면 불공정이고, 내가 하면 공정인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경남도의 특채 논란으로 도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더할 것이다. 더 허탈하게 만든 것은 김 지사와 인연이 있는 응시자들이 모두 최종 합격해 의혹을 산 때문이다.

 도지사 지인들이란 것이 공교롭다고만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경남도 서울사무소장의 경우 면접시험에 1시간 30분이나 지각했다.

 그런데 그 당사사가 합격처리 됐으니 기찰 노릇이 아닌가. 합격처리한 파문에도 경남도 인사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아무런 하자도 없다"고 했다.

 결론은 지각했지만 특혜는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관계법규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하자, 1시간 30분이나 지각한 응시자를 합격시킨 경남도의 행위에 대해 손가락 짓 하지 않을 도민은 몇 명일지가 궁금하다. 경남도 면접시험 시행계획에는 `시험일인 지난 7일 오전 9시 30분까지 도착,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각한 그 특정인을 최종합격자로 선정됐고 정시에 도착한 응시자는 탈락했으니 상식의 범주로 이해될 수가 없다. 경남도는 최근 잇따라 채용공고와 서류전형, 면접시험 등 적정한 공채 절차를 거쳐 경남도의 서울사무소,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청, 공보관실 등에 지방전임계약직으로 4명을 선발했다.

 서울사무소 대외업무 전문요원(지방전임계약직 나급) 채용시험 최종 합격자는 진모(46)씨, 공보관실 도정홍보요원(지방전임계약직 다급)에는 임모(29)씨를 최종 합격자로 발표했다. 하지만 공개적인 채용이란 무늬만 빌렸을 뿐 이들을 채용하기 위한 공고란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접수 →합격의 연결 구조를 모르고 응시한 당사자들은 뭐란 말인가. 경남도민을 들러리로 한 공개모집, 이래도 됩니까? 되묻고 싶다. 특채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확실히 검토해 고치는 것이 경남도의 도리다.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경남도라면 더 그렇다.

 특혜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지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측근들이 선거 당시 일정한 역할을 해 당선에 일조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공로일 뿐 공직에 배치하는 일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보은 인사는 조직 내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또 공직사회의 특성상 노골적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뒷전에서는 말이 많다. 수군거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로 인한 결과는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전 외교통상부장관 자녀에서 촉발된 특별 채용에 대해 세간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지고 특혜 인상을 주는 인사는 제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측근 채용을 위해 도민, 즉 지원자가 들러리가 됐다는 것, 공정사회에서는 사라져야 할 구태의 답습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취임식 때 경남도민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고 대접받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학력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공평한 경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꼭 지켜질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지난해 청렴도 꼴찌인 경남도가 환골탈태에 앞서 또 다시 이런 시비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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