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8:11 (목)
더 많이 친절하고 따뜻해지자
더 많이 친절하고 따뜻해지자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0.10.25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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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마산합포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언어폭력과 폭행이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근무지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비원 이 씨가 가족과 입주민 앞으로 남긴 유서에는 `언어폭력과 폭행을 당해 머리가 아파 살 수가 없다. 내가 왜 그런 폭행을 당해야만 하는지 머리가 돌 지경이다`는 내용이 담겨 이 씨가 큰 심적 고통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회에는 옷차림 등 겉보기만으로 상대를 대하는 풍토가 만연하다. 또 신분의 고하와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폐습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마산 아파트 경비원 자살은 우리사회의 폐습 청산을 당부하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얼마 전 방문한 지인의 아파트에서 필자의 은사님 한분을 만났다. 서울 큰 병원의 의사와 대학교수를 자녀로 둔 선생님은 2년 전 고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뒤 "건강한 몸으로 공무원 연금만 축내는 것은 사회에 죄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선뜻 경비원 모집에 응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제자에게 "보이는 모습만으로 상대를 대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라"고 옛날의 가르침을 반복하셨다. 또 "남에게 들은 평가로 상대를 재단하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우리사회가 밝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파트와 빌딩 등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타인과 눈 마주치를 피하는 이들이 많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가 왠지 머쓱한 분위기에서 자라온 탓일까. 하지만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친절하고 고맙게 인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혹 마주지는 서양인들은 처음 보는 이에게 친절한 미소로 인사를 나눈다. 어색하기도 하지만 스치고 지난간 뒤 기분이 매우 좋다. 나도 그래야지 하면서 막상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기가 쑥스럽다.

 선생님과의 만남 뒤로 필자는 4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 뒤로 그분은 만날 때 마다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혹 이중주차로 민원이 생겨도 친절하게 차를 옮겨 달라는 인터폰 넘어 음성이 부드럽게 들린다.

 그리고 필자와 아내는 시장을 보고 돌아 올 때 아파트 경비원에게 과일 한 두개를 건네는 일이 자주 있다.

 관공서에 출입할 때 정장과 머릿기름을 바른날은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초면이지만 깍뜻이 목례를 한다. 하지만 간혹 청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같은 곳을 지나면 아무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아 먼저 인사를 건네기가 어색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이웃 일본을 비롯해 서양 등을 방문하면 과할 정도의 친절함을 피부로 느낀다.

 내달 11일부터 이틀간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선진국 중심에 서게 된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금 보다 더 많이 친절하고 따뜻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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