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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의 고사성어로 본 오늘
류한열의 고사성어로 본 오늘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10.12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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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맥불변(菽麥不辨)
▲ 류한열 편집부장

 ‘숙맥이 상팔자’란 콩인지 보리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팔자가 좋다는 말이다. 주위에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숙맥들이 있다. 답답한 경우도 많지만 이런 사람들이 되레 순수하다. 여우 짓하는 사람보다야 백번 낫다. 잘난 사람이 있어야 못난 사람도 있다는 말은 잘나고  못나고가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역설이다.
 팔다리 없이 태어났어도 전 세계를 돌며 희망을 전파하고 다니는 닉 부이치치 씨가 한국에 와서 행복 바이러스를 뿌리고 있다. 우리 눈에는 참으로 못난 사람인데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또 그런 삶을 누리고 있다.
 춘추 시대 진(晉)나라 사람 도공(悼公)에게 형이 있었는데 우둔해 관직 없이 지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콩과 보리도 구별 못한다 하여 ‘숙맥불변’(콩 菽, 보리 麥, 아니 不, 분별할 辨)이라 했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가리킬 때 ‘숙맥’이라고 한다.

 참 잘났던 최윤희 씨가 남편과 동반 자살했다. ‘딸들아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라’, ‘멋진 노후를 예약하라’ 등 행복에 관한 20여 권의 책을 쓰고 “밥은 굶어도 희망을 굶지 말라”고 외쳤던 행복 전도사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마는 요즘 숙맥처럼 어수룩하게 사는 사람이 더욱 지혜로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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