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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조직개편 신뢰가 우선이다
도 조직개편 신뢰가 우선이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09.19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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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취재본부장

"추석고향 길에 앞서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를 단행,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향 길을 다녀오도록 하겠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취임 후 한 말이다.

 그러나 무거운 발걸음이 될 것 같다. 물론 도청직원이 그 대상이지만 그 파장은 도민전체에 미친다는 사실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예기(禮記)` 단궁상편(檀弓上篇)에 나오는 말로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바르게 하고 죽는다는 뜻이다. 그 만큼 고향은 애틋함이며 그리움의 대상이다. 한가위 명절에 모두가 고향을 향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올 추석엔 만남의 기쁨이 예년만 못할 것 같다. 조직개편안 때문이다. 조직을 관장하는 가장 큰 힘은 인사와 예산이다. 이를 양손에 쥔 김두관 경남지사, 취임 후 그려온 경남도정의 비전은 조직개편을 통해 그 일단이 드러났다.

 조직개편은 결정권자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 마땅하다. 조직개편을 주도한 경남도 관계자도 "김 지사 철학을 도정에 반영하고 일부 업무가 편중되는 문제점을 개선해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조직개편도 경남도의회의 승인으로 효력을 발하기 때문에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일차적 문제는 내부의 분란이다. 경남도가 조직개편안의 발표에 앞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가졌으나 이의 제기가 잇따랐다.

 그 결과가 반영됐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공무원조직의 반향이 시원찮다. 발표와는 달리 설득력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조직을 들쑤신 모양새다.

 그 결과가 토목직렬이 주도가 된 복수노조 설립이 가사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행정직도 표출되지 않은 불만이 높다. 이를 두고 공무원의 집단행동으로 치부, 뒷말도 있었다. 그러나 복수노조는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법에 명시된 사안이다. 그래서 그 결과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 한다. 한 가족 두 지붕의 탄생될지의 여부다.

 경남도 조직개편안의 골격은 11개 실국본부 50과를 10개 실국본부 49과로 축소하고 남해안경제실을 동남권발전전략본부와 경제통상국으로 나누기로 했다. 또 도시교통국과 건설항만방재국은 도시건설방재국으로 통폐합한다. 균형발전담당관, 고용촉진담당관 등은 신설할 예정이다. 도는 행정기구 설치 및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규칙심의회 심의, 도의회 의결을 거쳐 10월 하순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직개편안에 대해 토목직렬을 중심으로 한 공무원과 공무원노조는 설명회 후 줄 곧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도시교통국과 건설항만방재국 통폐합과 관련, 토목직 공무원 147명은 최근 노조를 탈퇴하는 등 반발의 강도가 세다. 이들은 "토목직은 업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도 되레 조직과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도 "전혀 관련이 없는 업무를 통폐합하고 업무 중요도가 높은 부서를 폐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부의 불협화음이다.

 의결기관은 어떤가. 경남도의회 공영윤 의원은 지난 16일 긴급 현안질문을 통해 "객관적인 기준 없이 조직개편이 진행돼 직원끼리 불신과 반목이 생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조직 진단이 담당 공무원 주관에 의한다면 기형적인 조직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직개편을 두고 조직내외부에서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은 그 예를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도 개편안은 그대로 확정될 것 같다. 하지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까봐 걱정이다.

 공자는 나라를 경영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요소로, 식량을 비축하고(足食), 군비와 병력을 확충하고(足兵),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民信)을 꼽았다. 이 가운데 포기하지 않은 것은 민의 신뢰인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다. 그 이유는 백성들이 믿고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답이다.

 컨센서스(consensus)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신뢰받는 사람이 결정을 내릴 때, 그리고 그런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경남도 조직개편안, 온 누리를 비추는 한가위의 달과 같이 맑고 밝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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