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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과 공정의 힘
긍정의 힘과 공정의 힘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09.09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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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의 e시각
▲ 류한열 편집부장

“모두 330㎡(100평)짜리 아파트는 몇 채 갖고 있잖아요… 그래야 행복하잖아요. 330㎡(100평) 안되면 그건 집이 아니고 잠깐 쉬는 휴게실이잖아요. 아니 왜들 그러세요? 264㎡(8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조금 불행한 거예요”

 KBS 개그콘서트 행복전도사 코너에서 서민들을 욕 먹이는 우스갯소리다. 이 이야기를 누가 정색으로 하면 웬만한 사람은 열 받아 뒤로 넘어진다. 행복전도사라고 자처하면서 서민들에게 화를 돋우는 데도 웃을 수 있는 것은 긍정의 힘이다. 지금 비록 22평 전세 아파트에 살아도 알뜰살뜰히 저축해 큰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다는 소망이 현재의 삶을 지탱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나가는 데, 그 꿈이 타인에 의해 짓밟히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공정의 시스템이 없는 사회는 긍정의 힘을 믿지 않는다.      

 ‘긍정의 힘’을 쓴 조엘 오스틴 목사는 유명한 미국의 차세대 종교지도자 중 한 명이다.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긍정적인 생각이 최고의 삶을 이끈다는 메시지는 기독교 신자를 넘어서 모든 사람들을 가능성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가 긍정 신드롬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이곳저곳에서 ‘특채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공정의 규칙을 깨고 특혜를 누리는 사람들이 요즘 좌불안석일 것이다. 유명환 장관 딸의 특혜 채용 사건으로 시작돼 지방공무원 친인척의 특채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런 일이 생기면 “그러면 그렇지”하고 혀를 차며 냉소를 보냈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긍정의 힘은 거두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뭔가 달라질 모양이다.

 공정의 사회로 가는 걸림돌은 도처에 놓여 있다. 공기업과 산하단체 인사비리, 공교육, 공무원 특채 등 헤아릴 수 없다. 이번 기회에 모든 걸림돌은 빼내고 사회 전반에 공정의 토대가 구축돼야 한다. 그래서 긍정의 힘이 먹혀들 수 있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

 ‘돈 없고 힘없는 서민도 공평하게 기회를 갖는 사회’, ‘돈과 권력을 가진 자가 규칙을 깨지 않는 사회’, 지금 꿈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제시한 공정한 사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 데, 국정 기조로 삼고 밀고 나간다니 이번에는 적잖이 기대가 된다.

 불공정한 사회에서는 긍정의 힘을 가질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저축을 하고 모아도 안주할 집 한 채를 장만하지 못하는 사회, 개천에서 용이 되기 위해 열심을 다했는데 다른 사람은 쉽게 용이 되는 사회 속에서는 긍정의 힘을 가진 사람이 바보가 된다. 반칙을 해도 쉽게 용납이 되고 되레 적당히 규칙을 어겨야 남들 보다 한 발 앞설 수 있다는 생각이 ‘삶의 지혜라고 두둔 받는 사회에서 긍정의 힘은 한낱 부질없는 것이다.

 남들이 대궐 같은 집에 살아도 열 받지 않고, 누가 용이 돼 하늘을 날아 다녀도 박수를 칠 수 있는 것은 진실한 공정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긍정의 힘이 사회 전반에서 먹혀드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한번 믿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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