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4:05 (토)
약자를 배려하는 공정한 규칙
약자를 배려하는 공정한 규칙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09.06 2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한열의 e시각
▲ 류한열 편집부장

누구나 공정한 사회를 바란다. 아니 기득권층은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현재 자신들이 누리는 것이 황홀하데 굳이 나눠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진 자는 현재 향유하는 것이 오직 자신의 힘으로 이룬 줄 여기기 때문에 이타심을 가지기 힘들다. 고위 공직자는 높은 자리의 달콤함을 알기 때문에 자칫 자리에 연연하며 보신주의에 빠지기 싶다.

 유명환 외교통상 장관이 딸의 특채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고위 공직자가 자리의 힘을 이용해 자식을 이끌어 주는 게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다. 엄격한 공직자의 윤리를 가진 사람이면 모를까 웬만하면 누구라도 자식들을 좋은 자리에 앉히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유명환 장관은 자신의 딸을 뽑기 위해 모든 경쟁자를 ‘들러리’ 세우고 공정성을 아예 짓뭉개 버렸다.  

 8ㆍ8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기득권층의 도덕성에 큰 구멍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볼 수 있었다. 어쨌든 김태호 총리후보자와 신재민, 이재훈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의 잣대에 미달돼 물러났다. 그리고 지난 2일 국회본회의에서 민주당 강성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전격 처리되었고,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최종 의결함으로써 공정한 사회로 가는 작은 디딤돌을 놓았다. 이런 일련의 일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특권층이 만든 두툼한 불공정의 틀을 역행하는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공정한 사회는 말로는 절대 만들어 지지 않는다. 희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기득권층이 소명의식을 가진 다면 그렇게 함부로 그 위세를 가지고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소명의식은 잠시 맡아 그 지위를 누리는 것이지 언제가 내놓아야 한다는 룰을 깨닫는 것이다. 부나 명예가 대물림한다면 그들만 빼고 누구도 우리 사회에서 살고 싶은 기분이 안날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 50년마다 희년을 두어 원상태로 돌리는 제도가 있다. 희년이 되면 팔려갔던 종이 해방되고 땅이 원주인에게로 돌아갔다. 이스라엘 사회의 공평과 정의는 제도를 통해 이뤄졌다. 이런 제도는 너무 이상적이라 채택하기가 힘들지만 그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50년마다 종들이 자유의 기쁨을 누리고, 경제적으로 완전히 몰락한 사람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온전히 부여받았으니 얼마나 기쁠까.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룰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동네의 모든 상권을 장악하겠다고 난리다. 거기에 지역 상공인은 필사즉생으로 맞서고 있다. 대형마트가 어떤 형태로든 상권을 넓혀나가는 것을 막을 재간은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데 붙어 본들 승패는 뻔하다. 이런 것이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되레 룰이 공정한 사회를 깨트릴 수 있다는 방증이다. 공정한 사회는 룰에 따라 움직이되 게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왕 대통령까지 나서 매일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는 판에 사회 전반에 공정의 기준이 약자를 배려하면서 그러면서 강자는 견제를 받아야 바람직한 공정의 사회가 열릴 것이다. 

<편집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