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31 (금)
成蹊(성혜)
成蹊(성혜)
  • 류한열
  • 승인 2010.08.31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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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의 고사성어로 본 오늘

成蹊(성혜)는 ‘샛길이 생기다’는 뜻으로 덕(德) 있는 사람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아도 흠모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의미다. 전한(前漢)의 명장 이광(李廣)이 흉노족 후방 깊숙이 마병(馬兵) 100여 명을 이끌고 들어가 포위되고 말았다. 정면 돌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는 적장을 베고 한 사람의 병사도 잃지 않고 돌아왔다. 이광의 무공과 됨됨이를 사기(史記) 이장군 열전(李將軍列傳)에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下自成蹊)’로 쓰고 있다. 아름다운 복숭아ㆍ오얏 꽃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 나무 밑에 자연히 샛길이 생긴다.

 우리 정치의 계파는 보스의 덕(德)보다는 힘에 따라 형성되었다. 덕의 향기가 없으니 정권이 바뀌고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이합집산이 된다. 고(故)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부(存否)를 놓고,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있을 것 같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손학규 전 민주당대표는 부관참시(剖棺斬屍)하는 패륜적인 언행이라고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말에 힘이 실리는 정치인들은 말을 통해 존재를 과시한다.  

 인사 청문회 회오리가 지나간 뒤라 더욱 복숭아 꽃ㆍ오얏 꽃 향기 나는 덕스러운 정치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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