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열의 고사성어로 본 오늘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두고 여당 내부에서 조차 자진사퇴 요구가 거세지더니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당 최고위원들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민주당은 결사 저지 입장을 견지했었다.
자진사퇴를 하는 게 그나마 모양새가 제일 나을 것 같았다.
파증불고(깨뜨릴 破, 시루 甑, 아니 불, 돌아볼 顧)는 ‘깨진 시루는 돌아보지 않는다’란 뜻.
후한(後漢) 때 맹민(孟敏)이 시루를 등에 짊어지고 가다 땅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을 내고 말았지만 태연히 걸어갔다. 그 장면을 본 대학자였던 곽태(郭泰)가 의아했을 때 맹민은 “시루가 이미 깨졌는데 돌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파증불고는 ‘지나간 일이나 바로잡아 회복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지 않고 깨끗이 단념한다’는 말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다 된 죽에 코 빠진’ 꼴이 못내 아쉽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깨진 시루를 주워 모은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맹민은 대범성과 결단력 때문에 훗날 크게 일어설 수 있었다. 김태호 총리 후보가 몇 가지오점으로 날개를 접기엔 아직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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