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4:49 (수)
전거후공(前倨後恭)
전거후공(前倨後恭)
  • 류한열
  • 승인 2010.08.27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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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렬 편집부장

8ㆍ8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 청문회가 끝나고 모든 사람의 관심은 누가 낙마할지에 쏠리고 있다. 야당은 3명 이상을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고 여당은 후보 모두 결정적인 하자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어쨌든 한두 명은 말에서 떨어질 것 같다.

 사기(史記)의 소진열전(蘇秦列傳)을 보면 낙양(洛陽) 사람 소진(蘇秦)은 오랜 유학을 하면서 살림이 구차해진다. 아내, 형제, 형수, 누이, 첩한테조차 비웃음거리가 되자 그는 두문불출하고 주서(周書)의 음부(陰符)를 탐독해 세상을 꿰뚫어 보게 된다. 소진은 합종책(合從策)으로 연(燕), 조(趙) 등 여섯 나라의 맹약의 우두머리와 재상을 겸하게 된다.

 소진이 낙양을 지날 때, 형수의 돌변한 태도를 보고 그는 “일가친척조차 같은 몸이 지위가 높으면 공경하고, 가난하고 천하면 업신여기는데 세상 사람들이야 오죽할까”라고 탄식한다. 전거후공(앞 前, 오만할 倨, 뒤 後, 공손할 恭)은 ‘이전에 거만하다가 나중에 공손하다’는 뜻으로 상대의 입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바야흐로 청문회에서 턱걸이로 살아남은 후보들이 ‘세상인심이 전거후공하다’는 것을 절감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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