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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사청문회 왜 하는가
이런 인사청문회 왜 하는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08.15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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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 취재본부장

    위장전입은 불법이다. 주민등록법상 위장전입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중한 범죄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때면 위장전입이 고구마 줄기마냥 줄줄이 드러난다. `위장전입 불감증`인지 한 두 번이 아니다.

 준법에 모범적이어야 할 대법관, 장관 후보자 등 고위공직자들은 무슨 훈장처럼 달고 다닌다. 법치도 뒷전이다. 8ㆍ8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이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후보자는 무려 6번이나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2일 인사청문회 때는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가 2006년 고법 부장판사 시절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경기 용인에 위장전입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 됐다. 이 후보는 "공직자로서 변명하기 굉장히 구차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사과했다. `법치의 마지막 보루`라는 대법관 후보자의 사과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친(親) 서민정책을 추진한다는 정부여당의 태도다. 지난 10년간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국민은 5000명이 넘는다. 동질 범죄에 소시민은 처벌받고, 대법관, 장관 후보자 등 고위공직자는 말 한마디로 넘어갈 수 있는 법적 불평등에 서민들은 분함을 느낀다.

 국민의 정부 때인 2000년 7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낙마한 장상 최고위원은 "똑같은 사안임에도 누구는 낙마하고 누구는 인준된다면 청문회가 아니라 후보자의 운을 시험하는 시험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도덕적 기준과 관계없이 정국 구도가 여대야소냐 여소야대냐에 따라 후보자의 거취가 결정되는 풍토는 정말 문제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오랫동안 만연돼온 그들만의 잔치를 확 뜯어 고쳐야 한다. 당시 야당인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괜찮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 문제로 낙마한 예를 찾기 어렵다.

 위장전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권의 태도는 정말 문제다. 이명박 정부에서 위장전입은 합법의 영역인지 각료 임명 때면 숱한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이 드러났다. 여태까지 공직 임명에 제대로 문제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8ㆍ8개각을 통한 장관,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의 후보자들도 청문회에 앞서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였다. 또 다시 드러난 위장전입에도 임명된다면 국민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 위장전입 전력이 드러난 바 있다.

 따라서 위장전입은 현 여권의 이중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법치주의를 역설하는 정권에서 반(反)법치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차라리 위장전입을 합법화하자"는 국민의 냉소와 분노가 쌓이고 있다. 하지만 여권은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이제는 오랫동안 만연돼온 그들만의 잔치를 확 뜯어 고쳐야 한다. 서민들은 자녀를 좋은 학군에 보내거나 아파트ㆍ토지를 살 능력이 없어 아예 위장전입과는 먼 거리에 있다.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만 그들만의 잔치를 그저 바라볼 뿐 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분명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며 서민을 뿔나게 만들었다. 문제는 국가의 법ㆍ행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법행위임에도 `생활`이란 합리화 속에 숨어들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됐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특이성이 갖는 딜레마 그 자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들만의 잔치에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 더 겁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인 위장전입에도 공직을 꿰차려는 지도층들의 부도덕한 윤리관이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위장전입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명예를 찾는 낮 두꺼운 공직자들이 무섭다. 공직의 경우 자기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국민이 인정하는 사회적 기준에 부합돼야 한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한다. 위장전입은 분명 불법이다. 따라서 "불법행위 했지요?"질문에 "네"로 답했다면 이 문답(問答)으로 청문회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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