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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메시 신드롬’
‘지메시 신드롬’
  • 류한열
  • 승인 2010.08.02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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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장

 Strong women change the world. (강한 여성이 세상을 바꾼다)

 남자는 강하다. 그러나 그 남자를 낳은 여자는 더 강하다. 그리고 모성을 품은 여자는 더더욱 강하다. 사실 우리나라가 여성들 때문에 ‘국격’이 올라가는 경우가 남성들로 인하는 것보다 많다.

 한국 여자청소년대표팀이 여자청소년월드컵 3-4위 전에서 지소연의 결승골에 힘입어 콜롬비아를 1-0으로 꺾고 3위를 차지했다. FIFA 주관 세계대회에서 3위는 한국 축구 사상 처음이다. 우리나라가 FIFA 주관 세계축구대회에서 남자팀이 4강에 이룬 것이 두 번 있었다. 그때 전국이 떠들썩했다. 1983년 남자축구가 멕시코 청소년월드컵,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 온 국민이 감동에 빠졌었다. 하지만 여자축구대표팀은 국민의 응원이 덜했지만 보란 듯이 3위를 차지해 또 한 번 여자가 낫다는 것을 보여줬다.

 3-4위 전에서 ‘지메시’ 지소연이 결승골을 넣으며 최고의 득점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푸른 잔디 위에서 보여준 그녀의 볼 다루는 기술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고, 그녀는 혼자 6골을 넣어 이번 대회 실버슈와 실버골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가히 ‘지메시 신드롬’이 불어 올 것 같은 놀라운 기량이었다.

 채 스무 살도 안 된 지소연은 예쁜 치마를 입고 빙판을 가르는 ‘공주’도 아니고, 화려한 외모를 지닌 CF 퀸도 아니다. 그러나 앞으론 김연아 대신 지소연이 되기 위해 동네 골목을 누비는 여자아이들이 많아질지 모른다.

 김성주 성주D&D 회장이 한 포럼에서 “21세기는 여성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이며 여성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여러 분야에 여성의 진출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한국여성들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지소연의 ‘야성’을 담는다면 충분히 남성들 못지않은 역할을 할 것이다.

솔직히 남성들은 알게 모르게 사회구조적인 반사이익을 받아왔다. 여성은 남성보다 월등한데도 두툼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냥 소외되고 불이익을 당했다. 그래서 지소연을 통해 스스로 강해져야 벽을 깰 수 있다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세계 피겨여왕 김연아, 세계 여자골프 1위 신지애에 더해 세계 여자 축구계의 슈퍼스타 지소연이 ‘강한 여성’의 대를 잇게 됐다. 지소연은 여성이 강해져야 이 사회에서 나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메신저 역할로 충분하다.

 지소연을 통해 불어온 ‘강한 여성’ 바람이 잠자는 여성의 야성을 깨워 이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 과한 일일까.

 Strong women survive a male dominated society. (강한 여성이 남성 사회에서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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