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6:20 (수)
입에 재갈 물려야 안녕한다
입에 재갈 물려야 안녕한다
  • 류한열
  • 승인 2010.07.2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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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칼 럼 편집부장

 A true hero controls a mouth well.(진정한 영웅은 입을 잘 다스린다)

 말의 위력은 대단하다. 요즘 뜨는 책 중에 말과 관련된 것이 많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긍정적인 말의 힘’ 등 말만 들어도 힘이 난다. 말은 힘이다. 모든 큰 사건이 단순한 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한 번 입에서 떠나면 그 영향은 가늠하기 힘들다. 그 말의 발원지가 유명인인 경우에는 더 그렇다.

 코미디언 김미화씨가 트위터에 올린 ‘블랙리스트’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말이 꼬리는 무는 건 당연하다. 이 블랙리스트 발언에 이 사람 저 사람 힘이 보태져 태풍으로 변해버렸다. 결국 김미화가 투사가 되었다. “개인적인 푸념이 죄라면 기꺼이 수갑을 차겠다”는 말로 결정타를 날렸다. 이 한 마디가자기를 큰 힘에 짓눌리는 정치적 희생양으로 각인시켰다.

 방송인 김제동씨도 이 시대의 우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맡으면서 방송에 불이익을 받았다. 그의 말에는 정치적 무게가 있다. 정부에 몇 마디 쓴소리를 한 후 ‘영웅’으로 등단했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 알 수 있다. 블랙리스트 한 마디가 정의의 방송인이 돼버리고, 정부에 해댄 몇 마디 쓴소리로 우상이 된다. 정부와 조금만 코드가 맞지 않으면 ‘좌파’로 내몰리고, 그런 것을 알면서 말 몇 마디로 영웅으로 올라가는 이 시대를 보면서 서글퍼진다.

 우리 사회는 수용성이 없다. 자기와 맞지 않으면 무조건 뱉어버리고 흑백의 논리로 재단한다. 우리들의 우상들은 우리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그들이 코미디언으로 방송인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꼭 정치적 탄압을 받은 것처럼 비치는 투사가 되어야 했을까.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은 또 다른 말의 위력이다. 말 때문에 영웅이 추락하고 있다. 그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을 왜곡했다”며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대학생들도 21일 보도 자료를 내고 “강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라고 증언해 양측 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말은 상황에 따라 표변한다. 대낮에 버젓이 이상야릇한 말을 뱉어 놓고도 사실이 왜곡되었다면서 정치생명을 내걸었다. 말이 요즘은 남을 죽이고 자기도 죽이는 칼이다.

 경직되고 흑백논리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말이 자신을 잡아간다. 정치인과 유명인들은 매일 입에 재갈을 물리고 말조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애매하게 이 시대의 일그러진 우상이 되지 않고, 평생 일구어 놓은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는다.

 A clean mouth supports the whole life. (깨끗한 입이 평생을 떠받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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