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1:20 (토)
돈 쓰는 재미 꽤 괜찮다
돈 쓰는 재미 꽤 괜찮다
  • 류한열
  • 승인 2010.07.15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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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칼 럼   e 시각 편집부장

 You think money grows on trees?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아니?)

 철없는 아이가 아빠한테 와서 투정을 부린다. “옆집 진수 아빠는 이번에 진수한테 30만 원짜리 유명 메이커 옷도 사주고 어제는 스마트폰으로 바꿔줬어요”라고 하면 어이없는 아빠가 하는 말이 “얘야 너는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아니 아니면 돈이 땅에서 솟는 줄 아니”라며 혀를 찰 것이다.

 세상에서 ‘물 쓰듯’ 돈쓰는 재미도 괜찮을 것 같다. 웃기는 얘기지만, 마음껏 쓸 수 있는 10억 한도 카드를 받았다면 말 그대로 콸콸 틀어놓은 수돗물 같이 돈 쓰는 재미가 ‘술술’ 할 것이다. 이 ‘요술카드’가 막무가내인 아이들에게 맡겨지면 어안이 벙벙하지만 얼마나 재미있어 할까.

 지금 자치단체장들이 이런 재미에 빠져드는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는 카드를 들고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긁기만 하면 결제되는 재미에 길들여 지고 있다.

 경남도의 작년 부채가 1조 6361억 원이다. 1년 새 3671억 원이 늘었다. 지난 민선 4기 때의 빚이지만 앞으로도 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다. 살림이 결딴나도 선심 공약을 지키기 위해 쓰고 보자는 자치단체장이 많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지역 내 65세 이상 노인 중 80%에게 틀니와 임플란트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며 2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노인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고심하고 있다. 경남의 재정 자립도는 34%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52%)보다 훨씬 낮다. 김 지사도 이왕 선심 쓰겠다며 덜컥 약속을 했으니 조만간 카드 긁을 일만 남았다. 어르신들에게 틀니와 임플란트를 싸게 해드리는 건 누가 봐도 박수칠 일이지만 이런 선심 쓸 일은 앞으로 부지기수이다.

 경남도와 18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정자립도는 아랑곳 않고 앞으로 선심성 공약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카드를 긁어댈지 보지 않아도 훤하다. 이제 주민들이 경남도와 18개 시ㆍ군 자치단체장들이 살림 곳간을 어떻게 비우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원래가 펑펑 쓰는 사람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도 성남시가 흥청망청 카드를 긁어대고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다. 한마디로 ‘배 째라’다.

 대부분 경남 시군은 재정 자립도가 낮아 교부세와 국비를 받아 살림을 빠듯하게 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해도 시장ㆍ군수는 인기 몰이를 위해 수십억씩을 이름만 내는 축제 같은 데 쏟아 붓는다. 앞으로 더욱 살림을 거덜 내는 시장 군수는 당장에 ‘요술카드’를 빼앗아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쪽박을 차지 않는다.
 We are unaware of the passing time when we spend money like water. (돈을 물 쓰듯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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