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6:06 (금)
‘읍참마속’ … 조직의 암운 걷어내는 시금석
‘읍참마속’ … 조직의 암운 걷어내는 시금석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0.07.14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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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 곁에 두고싶은 마음은
▲ 박 춘 국 정경부장

 도지사를 비롯해 18개 시군 중 11곳의 시장군수가 교체된 경남지역 곳곳에서 전ㆍ신임 단체장 간 철학의 충돌이 시작됐다.

 보수에서 진보로 교체된 경남도의 경우 신임 김두관 지사는 4대강 사업과 도시개발, 인사정책까지 전임 김태호 지사와는 철학의 골격이 대척점에 서있다.

 이로 인해 4대강 사업을 놓고 중앙정부와 충돌이 시작됐고, 각종 민자사업과 개발사업, 도내 주요도시의 굵직굵직한 인허가들이 ‘일단 정지’ 모드에 놓였다. 인사에서도 각종 잡음이 시작됐다.

 이 같은 현상은 일선 시군에서도 이어지면서 민주당 소속인 신임 김맹곤 김해시장은 동서터널과 부원동역세권개발 등 각종 민간투자사업과 개발사업의 발목을 묶었다.

 김 시장은 개별입지 공장의 허가를 불허하는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임 시장들이 주도했던 난개발을 원점으로 돌리는 역사적인 단초를 만들고 물러나겠다는 당찬 결의를 보이고 있다.

 김 시장은 일련의 개혁을 주도할 간부공무원들을 주요부서에 전진 배치하는 인사에서도 파격을 주도하고 있다.

 경남지역 민선 사상 첫 여성총무국장 임명에 이어 5급 주요보직 인사에서도 연공서열을 파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시장군수가 바뀐 진주시, 거제시, 양산시, 통영시, 사천시, 거창군, 함안군, 함양군 등지에서도 신임 시장군수들의 개혁모드가 시동을 걸고 있다.

 단체장들의 개혁모드 변속기의 1단은 ‘공무원들의 인사’. 흔히들 ‘인사가 만사’라고 이야기 하면서 인사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신임 단체장들은 전임단체장이 중용한 공무원들을 물리고 새사람을 요직에 앉히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분열의 싹이 만들어 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철학에 기초한 대의를 위해 일정부분의 코드인사는 피할수 없는 일.

 필자는 취재현장에서 인사권을 가진 장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맘때 쯤 이들과의 화두는 인사가 대세를 이룬다.

 고뇌의 결정을 내려야할 순간에 놓인 이들과의 대화에서는 삼국지에 나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 자주 등장한다.

 읍참마속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벤다는 의미로 ‘촉(蜀)나라의 제갈량(諸葛亮)은 마속의 재능을 아껴 유비(劉備)의 유언을 저버리면서까지 중용했으나, 마속은 가정(街亭)의 전투에서 제갈량의 명령과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싸우다가 패했다. 이에 제갈량은 마속을 아끼는 마음을 누르고 군율에 따라 목을 베어 전군의 본보기로 삼았다’는 대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엄정하게 법을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을 비유할 때 자주 쓴다.

 마속의 목을 벤 공명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하지만 전쟁의 승리와 대의를 위해 충복의 목을 친 제갈량의 지혜를 배우려는 인사권자들이 늘고 있다.

 단체를 끌고 갈 간부들의 안위와 출세보다는 조직의 운명과 조직원들의 행복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한사람의 간부가 잘못된 판단으로 조직을 뒤흔들고 급기야 가족과 같은 조직원 물갈이를 통해 제사람심기를 시도했지만 모든 일들이 실패로 끝나고 조직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다면 이 간부의 목을 제물로 바치는 인사권자의 결단이 조직에 드리워진 암운을 걷어내는 시금석이 된다.

 주민의 투표로 지방정부의 인사권을 쥔 신임 도지사와 시장ㆍ군수님들도 공명의 지혜로 마속의 목을 치는 결단을 내려할 때가 다가왔다.

 능력있는 사람을 요직에 앉히려는 인사발표를 하루 앞두고 인사권자를 찾아와 인사 대상자의 잘못된 부분만 이야기하는 동료의 말에 흔들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특히 내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사감보다는 인재를 중용하는 군자의 대의 있는 인사 정책을 펼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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