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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몸값의 퇴장
최고 몸값의 퇴장
  • 류한열
  • 승인 2010.07.01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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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장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월드컵의 열기가 한국팀의 16강 패배로 약간 수그러들었지만, 오늘부터 8강전이 열리면서 또 한번 축구팬들이 살맛나게 생겼다. 한 스포츠 종목이 온 지구인들의 관심을 끌고, 스타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팬들이 열광하는 걸 보면 축구는 누가 뭐래도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자국 대표팀 ‘슈퍼 이글스’에 2년간 국제대회 출장 금지시켰다고 했다.

 축구의 승패에 따라 대통령이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걸 보면서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16강에 탈락한 유럽국가에서는 감독의 퇴진 등 여러 잡음들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 정신은 없고 자국의 자존심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에 매달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포르투갈이 16강전에서 스페인의 벽을 넘지 못해 그는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호날두의 연봉은 약 210억 원이며 게임 수당 등 활약에 따른 보너스 합치면 대략 260억 원정도 된다.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이적료가 자그마치 1184억 원이나 됐다. 리오넬 메시, 카카와 함께 ‘빅3’로 꼽히는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4경기 통틀어 1골ㆍ1도움의 초라한 성적을 받은 채 30일 요하네스버그 OR 탐보국제공항에서 포르투갈로 출국했다. ‘몸값이 따로 있나’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여하튼 그의 퇴장을 보면서 깨소금 맛일 수도 있지만, 소시민들이 자기 몸값과 비교해서 오는 박탈감은 치유되기가 힘들다. 예전에는 타고난 혈통이나 집안으로 인해 기득권을 누렸지만 요즘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새로운 ‘왕후장상’이 생기는 데 누구를 나무랄 것인가. 사람의 몸값이 더 벌어지는 건 어쩔수 없다 해도 몸값조차 거론하기 힘든 사람은 자과감이 더 일어난다.

 ‘왕후장상이 씨가 있나’라는 속담은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은 가문이나 혈통 따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것임을 이르는 말이다. 연봉이 10억대인 사람이 있는 가하면 1천만 원도 안 돼 최저 생계비 밑에서 허덕이는 사람도 있다.

 몸값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재는 기준은 아니지만, 경제구조의 모순과 공평한 재분배가 되지 않아 생기는 구석도 많다. 호날두의 몸값은 예외로 치더라도 정부가 상하 간의 몸값을 좁히는 데 제도적인 뒷받침을 더 해야 할 것이다.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는 사람은 불행하다. (The people who feel the lightness of being are not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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