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9:23 (금)
횡포와 으름장
횡포와 으름장
  • 류한열
  • 승인 2010.06.30 2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류한열 편집부장

 High-handedness and threat are cousins.(횡포와 으름장은 사촌지간)

 38대 16. 경남도의회의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의석수다. 여전히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야권연대가 도의회의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기싸움이 거세다. 오는 5, 6일 본회의에서 의장과 부의장, 7명의 상임위원장을 각각 선출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예전보다 선전을 해 도의회에 작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 변화를 바라는 민의가 처음부터 상처를 입을 것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석수가 가장 많은 다수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당연하다”며 조금도 양보할 낌새가 없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4당 경남도의원 당선자들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수적 우위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식과 비민주적 의회운영이 지속될 때에는 도민들의 열망을 담아 구세력들과의 성전을 벌일 것이다”며 벌써 일전을 각오하고 있다.

 통합 창원시의회의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의원의 숫자는 33대 22다. 28일 창원 시민단체가 창원시의회 원 구성에 민의를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민생민주창원회의, 민생민주마산회의와 진해진보연합 등 3개 단체는 “만약 이번 원구성에서 한나라당이 다수의석을 앞세워 횡포를 부린다면 유권자들은 반드시 한나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야의원 모두 지방의회 의석수 변화의 의미를 깊이 새기지 못한 것 같다. 다수당은 지금까지 익숙한 대로 수적 횡포로 나아가려하고 소수당은 민의를 앞세워 으름장으로 맞서고 있다. 앞으로 지방의회가 어떻게 굴러갈 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익숙한 대로 눈앞에 야당이 없고, 힘을 어느 정도 갖춘 야권은 물리적 힘을 동원할 태세다. 소모적인 지방의회가 될 개연성이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번에 경남도민이 나누어 놓은 지방의회의 여야 황금분할을 진정한 풀뿌리정치가 활성화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가 지방행정을 잘 감시하고 도민과 시민의 삶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의회에서 열띤 토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횡포는 조금 더 가진 자가 덜 가진 자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상대를 지배하려는 행동이라면 으름장은 말과 행동으로 위협하는 짓이다. 지방의회에서 횡포와 으름장이 맞대결하는 게 아니라 어느 것이 도민과 시민을 위한 것인지를 내세워 생산적인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The one who acts high-handedly by force of numbers and who threatens him are the same. (다수를 믿고 횡포를 부리는 자나 그를 으름장 놓는 자는 오십보백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