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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때까지 ‘사교육비 굴레’
취업 때까지 ‘사교육비 굴레’
  • 류한열
  • 승인 2010.06.28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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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편집부장

 Job-seeking costs double over 8 years. (취업 사교육비 8년 새 갑절 증가) 

 40대 초반인 김 차장은 월급날이면 한없이 초라해 진다. 그날 밤, 그의 부인이 지출 내용을 조목조목 일러주면 한 달 동안 두 아이의 사교육비를 위해 일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어학원비, 수학학원비, 피아노 레슨비, 태권도회비와 요즘 들어 초등 2학년 막내의 논술학원 비용까지 초중고교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사교육비를 아낌없이 들이는 것은 좋은 대학을 가서 취업을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끊임없는 경쟁에서 앞서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뿐더러, 나중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어도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웬만한 부모들은 지금 지출을 ‘선투자’라 생각하고 나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0ㆍ40대 부모들이 취업 사교육비가 8년 새 갑절이 늘어났고,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만만찮다는 사실을 알면 사교육비 지출이 꼭 ‘선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훗날을 위한 투자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많다면 힘들지만 내놓는 사교육비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 어쩌면 아이들 사교육비를 취업 때까지 마련하다가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개할 수도 있다.

 27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03년부터 올해까지 대학 3~4학년생의 취업 사교육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3년 평균 127만 원이었던 취업 사교육비가 지난해에는 252만 원에 달했다. 올해는 연평균 265만 원을 지출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학생들마다 ‘스펙(경력) 쌓기’를 위해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등 상당한 사교육 비용이 든다. 대학생 자녀를 해외에 어학연수 보내려면 부모는 수천만 원의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도 취업만 된다면 순진한 우리 부모들은 분을 삭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어릴 적부터 취업 때까지 사교육비의 굴레를 쓰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자괴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려 해도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너무 불쌍하다. 사교육비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죄인이 된 심정으로 살아야 하니 이것 또한 고역이다.

 정부는 교육정책을 태어나서 취업할 때까지 사교육의 굴레를 벗기는데 맞추어야 한다. 교육과 인력 수급의 크고 다양한 그림을 제시하면서 교육의 단계마다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흐름을 바로잡는 일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A bridle is a set of straps that controls a horse not a man. (굴레는 말을 부리기 위한 도구이지 사람을 제어하는 도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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