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29 (토)
개 보다 나은 경주마 팔자
개 보다 나은 경주마 팔자
  • 허균 기자
  • 승인 2010.06.28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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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균사회부장

 개 팔자가 상팔자다 는 말이 있다. 이는 놀고 있는 개가 부럽다는 뜻으로 일이 분주하거나 고생스러울 때 넋두리로 하는 말이다.

 그럼 여러 동물 중 개의 팔자가 가장 좋을까? 경주마가 누리는 호사를 아는 이라면 팔자 좋은 동물로 개를 꼽을 리 만무하다.

 한 마리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경주마는 개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으며 사람팔자보다 나은 부분도 많다.

 경주마에 보양식은 필수다. 몸무게가 평균 470kg인 경주마는 하루에 1만 6000kcal의 열량을 필요로 한다. 사람으로 치면 공기밥 35공기 이상이다. 경주마는 매 경주마다 전력 질주를 하기 때문에 많은 열량을 소비해 특별한 보양식을 먹는다.

 각종 미네랄이 함유된 특별 사료와 인삼가루, 비타민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말이 좋아하는 음식인 당근과 각설탕 등을 별미로 제공된다.

 과거에는 채식을 하는 경주마에게 뱀을 갈아 만든 삼계탕을 먹여 체력을 보충하기도 했다고 하니 보양식 부분에서만 보면 필자보다 낫다.

 뙤약볕이 내리 쬐는 여름, 경주마도 사람처럼 수영장을 찾는다. 경주마들은 수영을 하며 뭉친 근육을 풀거나 운동기 질환을 치유하기도 한다. 경주마에게 있어 수영은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부잣집 마나님들만 즐긴다는 원적외선 찜질도 경주마가 노리는 호사 중 일부다. 경주마들도 원적외선 치료기로 찜질을 받는다. 원적외선 찜질은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은 물론 근육을 이완시켜 피로를 풀게 하며 피부염 치료도 돕는다. 찜질을 받는 경주마는 사람과 똑같이 두 눈을 감고, 낮은 울음을 울며 찜질을 즐긴다.

 무더운 여름이면 얼음찜질을 받는 경주마도 있다. 얼음을 가득 넣은 팩을 경주마의 신체 중 가장 온도가 높은 다리에 감아주게 되면 근육경련을 예방하면서 체온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과다한 영양보충과 안락한 생활에 젖어 금세 체중이 불어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경주마는 트레드밀(Tread Mill)이라고 불리는 러닝머신에 올라 온 몸에 소금기가 생길 정도로 달린다. 가끔 지나친 비만 경주마는 땀복까지 입고 달린다고 하니, 다이어트를 향한 노력은 사람이나 말이나 다를 바가 없다.

 경주마가 누리는 호사 중 남자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씨수말이 누리는 호사다. 씨수말은 씨를 받기 위해 기르는 수말을 가리키는 말로 종모마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경주마는 현재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약 중인 골딩으로 몸값이 1억 2000만 원을 호가한다.

 통산 승률이 40%를 넘는 이 명마는 몸값이 1억 원을 넘지만 씨수말 중 가장 싼 말의 몸값이 2억 원대 인 것을 감안하면 경주마의 몸값은 새 발의 피다.

 몸값이 높은 씨수말들은 당연히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몸값이 비싼 씨수말 한 마리는 1만㎡(3000평) 넓이의 방에 모셔지며 방도 최고급 인테리어 재료인 적삼목으로 꾸며진다.

 경주마와 마찬가지로 한약재와 가시오가피 등 몸에 좋다는 것들은 모두 사료로 사용되며 한 병에 7만 원이 넘는 홍삼가루 등 최고급 사료는 덤이다.

 씨수말들은 경주마와는 달리 하는 일이라고는 자손을 퍼뜨리는 교배가 전부다. 교배가 끝나면 먹고 자면서 몸을 만들기만 하면 되기에 그야말로 상팔자다.

 더운 여름 에너지절약 일환으로 냉방기 가동도 되지 않는 사무실에 앉아 경주마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필자의 팔자가 경주마보다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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