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23:40 (목)
태극전사가 주는 행복
태극전사가 주는 행복
  • 류한열
  • 승인 2010.06.23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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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eing makes miracles. (바라보면 기적이 나온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BC 1300년 전,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으로 가기위해 광야를 지나게 된다. 광야에서 아말렉 족속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스라엘인들은 전쟁 경험이 별로 없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때 지도자인 모세는 높은 산에 올라가서 전투상황을 바라보고, 한창 전쟁이 벌어지는 아래에서는 지휘권을 넘겨받은 여호수아가 선봉에 선다. 모세는 전장을 떠나 높은 곳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데, 기도를 하면 이스라엘 군대가 이기고, 손을 내리면 상대인 아말렉 족속이 이긴다.

 어제 한국 시간으로 이른 아침에 벌어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이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를 하면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소망을 이루었다. 경찰 추산으로 전국 62곳에서 43만여 명이 밤샘 거리 응원을 펼쳤다. 붉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면서 밤새 목청을 높였다.

 전쟁터인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거친 경기를 펼칠 때 지구 반대쪽 한국에서는 또 다른 전사들이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전쟁의 승패는 전장에 있는 군인에 의한 결판나는 게 아니라 전쟁터 바깥에서 결정 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3차례 월드컵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번씩 거머쥔 세계 최강 프랑스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팀은 내분이 격화되고 선수들이 훈련을 거부하는 추태까지 연출하더니, 프랑스는 A조 3차전에서 남아공에 1-2로 져 일찌감치 귀국행 짐을 쌓다. 감독과 선수들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데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 지도자 모세는 전쟁터에서 본인이 직접 전투를 하는 것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 기도하는 것을 택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의 간절한 마음이 군사들에게 전달돼 약한 군대가 강한 군대를 이길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의 목표는 원정 16강에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목표를 이루고 태극전사 앞에 8강, 4강의 목표가 새로 생겼다.

 태극전사들이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를 때, 우리는 산에 올라 기도한 모세처럼 그들에게 온전한 승리의 기운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태극전사들이 앞으로 펼쳐 나갈 그 기적의 현장마다 우리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앞으로 태극전사를 통해 우리가 소망하며 바라볼 때 이루어진다는 그 증거를 몇 번 더 보았으면 좋겠다.

 What you keep seeing makes what you achieve.(계속 바라볼 때 성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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