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3:01 (목)
성희롱과 ‘문자희롱’
성희롱과 ‘문자희롱’
  • 류한열
  • 승인 2010.06.21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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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장

 Textual harassment is a crime.(‘문자희롱’은 범죄행위이다)

 성희롱(sexual harassment)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원치 않은 성적 관심이다. 가령 직장에서 의사에 반하는 성과 관련된 언동으로 불쾌하고 굴욕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이것은 성희롱이다.

 1980년대부터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후, 남성의 성에 대한 의식구조도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같은 구석이 있다. 비서를 성적으로 희롱해 피소된 사장, 제자에게 피소 당한 교수의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다면 휴대폰 문자는 어떤가? 업무 중에, 식탁에서, 잠자리에서, 장소를 불문하고 받는 휴대폰 문자도 요즘에는 ‘희롱’에 가깝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쉴 새 없이 문자 메시지가 휴대폰에 들어오면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불법 문자를 받으면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의뢰해 사실조사, 관계자 소명 후 중앙전파관리소에서 행정처분 절차에 의해 과태료 처분을 받게 할 수 있다. 스팸 발송자가 이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할 때에는 법원에 이첩, 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절차가 끝날 때 까지는 약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자 희롱을 당했지만 이런 긴 세월을 두고 싸울 사람이 몇 명이 될까?

 자신의 의사와 아무 상관없이 들어오는 합법적인 문자도 문자 희롱임이 분명하다. 자기의 휴대폰 공간에 아무런 허락 없이 들어온 문자는 일종의 ‘사이버공간 침입죄’에 해당한다. 자기 집을 무단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주거침입죄를 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제 휴대폰은 우리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몸의 일부와 같은 도구이기 때문에, 이런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서 형성돼야 한다.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휴대폰에 들어오는 문자는 일종의 개인에게 가해자는 정신적 테러일 수 있다.

 이웃의 40대 주부는 일주일에 몇 번씩 “5분 안에 500만 원 입금 가능” 문자를 받았다. 그 문자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가 어느 날 남편 몰래 돈 쓸 일이 생겨 그 문자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 부인은 이 일로 인해 상당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문자희롱에 걸려 결국 피해자가 됐다.

 문자희롱을 받아도 잘 대처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성희롱이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문자희롱도 나중에는 사람을 죽인다. (Repeated textual harassment kills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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