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0:41 (금)
똑같은 부모 마음
똑같은 부모 마음
  • 류한열
  • 승인 2010.06.10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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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장

 Sons are like arrows in the hands of a warrior.

 인류사에 가장 지혜로운 왕으로 여겨지는 솔로몬은 “자식은 장수의 손에 있는 화살과 같다”고 했다. 아마 잘 된 자식이 있으면 부모들이 기를 펼 수 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자식도 농사와 같다”는 속담을 보면 자식은 각 시기에 알맞게 돌보는 정성이 필요하고 그렇게 하면 농사같이 기대 이상으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잘 돌본다’는 의미가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 일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렇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의 아들이 경기도 어느 외고 2학년에 다닌다고 한다. 장만채 전남교육감 당선자 아들도 서울의 외고를 나와 의대에 진학했고,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장휘국 광주교육감 당선자 아들은 과학고를 졸업한 후 법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곽 당선자의 경우 현행 엘리트 교육에 반대한다고 했다. 자기가 겪어보니 엘리트 교육은 결국 엘리트주의를 낳는 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곽 당선자는 “외고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된다고 판단되면 퇴출시키거나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고 말해왔다. 장휘국 당선자도 “외고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자녀들은 엘리트 코스를 거치거나 마쳤다. 이들은 이른바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다.

 곽 당선자와 장 당선자를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대의를 이야기해도 자기 자식에 대한 병적인 사랑은 비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자식들 앞에서 공교육의 잘못을 꼬집고 전인교육을 이야기해도 자식의 성적이 뒤에서 맴돌면 유쾌할 부모가 우리나라에는 없다.

 참으로 편리한 논리다. 자기 자식들은 외고를 다니고 또 외고와 과학고를 나와 소위 말하는 일류대를 다녀 남들로부터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부러움을 받았을 텐데, 교육감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그 교육과정의 폐해를 자주 언급했으니 말이다.

 우리사회의 엘리트들은 자기들이 그 코스를 가면 그만이고 남들이 가면 안 된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다. 험한 소리지만 ‘내가 하면 연애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기본위적인 발상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아이들을 외고ㆍ과학고 보냈다는 건 절대 죄가 아니다. 다만 언급하고 싶은 건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자기 자식들이 그런 학교에 다니기를 바라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을 담는 것이다. Parents never open their mouths without boasting of their sons. (모든 부모는 기회만 되면 자식 자랑을 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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