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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에 내복 입는 여자
오뉴월에 내복 입는 여자
  • 류한열
  • 승인 2010.06.09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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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e 시각편집부장

 “Looks like another scorcher today.” (오늘도 푹푹 찔 모양이군)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지역의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고 있다. 오뉴월 뙤약볕이 따갑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은 여름에 감기 앓는 사람을 변변치 못하다고 놀리는 말이다.

 이미 한여름인데 내복을 벗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 내 아내는 여전히 겨울 내복을 입어야 생활이 된다며 출근할 때 주섬주섬 주워 입는다. 미련하다고 여러 번 타박을 주었지만 벗을 수 없다고 우기는 바람에 이제는 이해해 주기로 했다.

 사람을 단순하게 두 부류로 나누면 모든 일에 앞서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뒤쳐져도 느긋한 사람이 있다.

 지금 차세대 스마트폰 세계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이 요즘 날씨와 같이 뜨겁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7, 8일 이틀 사이에 ‘갤럭시S‘와 ‘아이폰4’를 공개하고 이달 중에 출시하면 얼리어답터들은 구입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갤럭시S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며 4인치 슈퍼 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에 1GHz 프로세스와 영상통화 기능을 갖췄다.

 아이폰4는 기존 아이폰 3GS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해지고 멀티미디어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얼리어답터들에게는 복음과 같은 소리지만 내 아내 같은 사람들은 “그래서 어쨌다는 거예요”라는 반응일 게 분명하다. 세상이 천지개벽할 것 같은 소식도 사람에 따라 ‘태산명동서일필’일 뿐이다. 10여 년을 같은 휴대폰을 쓰면서 아직도 그 기능을 다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뜨는 분을 보면서 “약간 미련하신 것이…”라고 입에서 나오려는 것을 막고 속으로 이해해 주기로 했다.

 우리 정치권과 사회는 상대방을 품는데 너무 인색하다. 우리는 너무 편 가르기에 익숙해져 작은 조직에서도 줄서기가 보편화된 것 같다. 자치단체장이 바뀐 경남의 시ㆍ군에서는 벌써 인사권으로 조직을 잡으려하고 ‘내 편 네 편’을 획일적으로 나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도청 주위에서는 살생부가 나도느니 하면서 벌써부터 공직사회가 술렁대고 있다. 이게 모두 상대는 없고 내 편만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경남도는 20년간 한나라당이 도정와 시ㆍ군정을 맡아왔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바뀐 시ㆍ군에는 여러 말들이 무성하다. 이번에 야당과 무소속으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반대에 섰던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Put yourself in my shoes.(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 오늘 저녁에도 내복을 입고 있을 아내를 집에 돌아가서 꼭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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