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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교육이 더 시급하다
실질적 교육이 더 시급하다
  • 류한열
  • 승인 2010.06.08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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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e 시각편집부장

 몇 달 전 알고 지내던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분은 영문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늦게 배우는 재미가 솔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문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말하기는 더 어렵고 두렵다고 고백했다.

 머리에 영문학에 관한 지식은 쌓이는데, 실질적인 영어 표현은 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선생과 회화 공부를 해야겠는데 학원에 가는 건 쪽팔리니 대안이 있으면 가르쳐 달라고 했다.

 영어공부를 학교에서 10여 년 하고도 모자라 늦게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있어도 기본 말하기에 자신이 없다는 그의 고백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생각하게 해 씁쓸했다. 우리 교육이 효율성이 없고 얼마나 겉멋에 치우쳐 있는가를 대변하는 예이다.

 6ㆍ2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에 16명의 교육감이 나왔다. 그들은 막강한 힘으로 시ㆍ도교육을 주무를 것이다. 교원평가제,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고교 선택제, 교원단체 명단 공개, 민노당 가입 전교조 교사 징계, 전면 무료급식 등 숱한 현안들이 놓여 있다. 한마디로 우리교육이 질풍노도 속에 있다. 모든 중요한 교육문제들이 크게는 정부와 투쟁으로, 작게는 학부모와 여러 교육관련 단체와의 이해관계로 얼키설키 연결돼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실질적인 내용을 거론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교육에서 20여 년 영어를 공부해도 되레 입을 뻥끗 못하게 하는 ‘역행교육’을 모두다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박사 학위자는 주위에 차고 넘치지만 그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한 분이 있다. 그 분은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논문을 시작하고 마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박사 논문을 쓰려면 몇 권의 책을 읽어야 되는지는 몰라도 6개월 정도에 씌어질 논문이라면 보나마나 뻔할 것이다.    

 경남에도 새 교육감이 당선돼 교육계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성향의 고영진 당선자의 인사ㆍ조직 등 구조개혁 폭이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 여겨 교육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 당선자가 늘 입버릇처럼 외쳐 온 ‘1등 경남교육’이 인사권을 휘둘러 이뤄지는게 아닌 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교육이 큼직한 문제로 정치권과 줄달음칠 때, 교육의 현장에서는 속 빈 강정 같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감은 투사로서 무엇을 쟁취하기보다 탁월한 조율가가 되어 교육의 실질적 효과를 내는 데 더 치중해야 한다. The word of education means to bring out potential etymologically. (교육의 뜻 어원적으로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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