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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사람의 힘
침묵하는 사람의 힘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06.03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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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장

 The spiral of silence theory asserts  that one in the minority fears of reprisal of isolation from the majority, (침묵의 나선형 이론은 대중은 자신의 의견이 열세에 속하면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침묵하려는 경향이 있다)

 독일의 여성커뮤니케이션 학자 노엘레 노이만이 제시한 ‘침묵의 나선형 이론’은 1980년 초 대학에서 필자가 언론학을 배울 때 소중하게 다뤄진 이론이었다. 여론형성의 사회심리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매스컴의 영향력을 아주 높게 평가했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소수가 매스미디어를 통해 다수의 의견에 짓눌러지는 것인데, 이번 6ㆍ2 지방선거가 이 이론이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선거일 전까지 모든 언론매체는 한나라당의 승리를 점쳤다. 거기에 천안함 사태의 북풍은 이번 선거판을 좌지우지할 줄 알았다. 이 정도의 강풍은 보수와 진보 사이에 침묵하던 부동층이 아무런 저항 없이 보수 쪽으로 붙을 줄 알았다.

 현대사회에서 여론은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 사실 신문이나 방송의 여론몰이는 그 실체가 모호할 때가 많고, 실제 사실과 형성된 사실 간의 구분이 어려울 때가 많다.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명해 어떤 사안을 놓고 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 침묵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면 침묵하는 사람들이 편하다.

 앞으로 이 침묵하는 사람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보수와 진보 정당이 그들의 고정표만으로 선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이런 침묵하는 부동층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정당의 공천이 없어도 노골적인 보수와 진보의 색채를 들어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분석에 의하면 유권자의 60%가 선거 전날까지 선택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침묵하는 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앞으로 어떤 당의 정강이나 이슈보다 인물이 선택의 기준이 될 수가 있다. 반가운 일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정치나 지역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 늘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선거에서 이 침묵하는 층이 더욱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커졌다. 그래서 한쪽으로만 강요하는 매스미디어는 침묵하는 자들의 눈 밖에 날 수 있다. 앞으로 이제 침묵하는 자가 큰 판을 좌우할 개연성이 높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에게는 크게, 그리고 야당에게는 작게 경고를 보냈다. 앞으로 민심이 침묵에서 나온다는 것을 여야 모두 알아야 할 것이다. 목소리 큰 사람보다 침묵하는 사람이 더 무서운 시대가 왔다.  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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