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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신 얼굴 바꾸는 것도 유권자의 몫
야누스 신 얼굴 바꾸는 것도 유권자의 몫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05.30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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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칼럼취재본부장

 야누스 신의 밝고 웃는 모습의 정치는 요원한가.

 6ㆍ2 지방선거의 막바지 득표전은 막말릴레이가 판을 치는 등 혼탁하다.

 또 교육감선거는 교육의 방향타를 결정짓는 제왕적 권한에도 인식은 바닥권이다. 묻지마 투표가 예견되고 로또선거로 전략할 우려도 높다.

 그래도 막판 표심을 겨냥한 후보의 공방은 뜨겁다. 격전ㆍ혼전 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 양상은 이미 정상궤도를 멀찌감치 이탈해버렸다.

 정책선거는 커녕 이대로 가다가는 유례를 찾기 힘든 휩쓸림 선거 또는 비방전으로 기록될 것 같다. 현안을 둘러싼 정책 논쟁보다는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유권자의 눈과 귀를 붙잡기 위한 거리 선전차량과 운동원들의 춤과 노래가 혼란스러운 정도다.

 또 지원에 나선 중앙당 지도부의 유세는 판에 박은 듯, 중앙정부의 정책 비판과 찬성, 대안과 그 비판으로 가득하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로 착각할 정도다. 교육감선거는 보수, 진보로 헤쳐모이자란 목소리가 높다.
 교육계의 이념논쟁은 정말 안 된다. 아무리 선거 승리가 지상과제라고 해도 시도 때도 없이 색깔론을 들먹이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토론에도 교육정책은 뒷전이다. 이런 판에 ‘감동의 정치’는 기대난이다.

 우리 정치는 역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는 국민을 감동시키기는커녕 국민을 분노케 했고,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정쟁만 일삼는 정치에 국민은 씁쓸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정치는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법 수정문제로 여야는 싸움질만 일삼았다.

 지방선거는 그 싸움의 연장선상 격이고 정치권은 쓴 소리에도 마이동풍이다.

 정치가 그러면 그렇지 별수 있나 하는 탄식을 불러왔다. 또 국민이 뭐라고 하던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선진화는 어디에서부터 찾아야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6ㆍ2 지방선거는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비롯해 총 8개 분야의 공직자를 동시에 선출하게 된다. 여야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으나 경남도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을 제외하고는 출마자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하는 등 도통 누군지도 모를 판이다. 그래서 5~6개 분야의 공직자 선거는 묻지마 투표가 걱정된다.

 이런 와중에 경남은 경남지사 선거의 박빙, 현직 시장군수의 무소속 출마 등에 따른 접전 등으로 북풍, 노풍, 무풍이 몰고 온 3풍의 바람이 제법 거세다. ‘북풍’ 논란이 한동안 시끄럽더니, 남북이 강경 대치하는 분위기를 틈타 아예 ‘안보 위기’의 책임 공방전도 벌어졌다.

 국가안보를 강조해 온 한나라당에 대해 민주당이 거꾸로 ‘전쟁 위기’를 부각시키며 정부여당의 책임을 따지는 낯선 풍경도 등장한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6ㆍ2 지방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뽑을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국가안보나 대북정책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선거 결과의 상징적 의미를 애써 따지면 일부 간접적 영향을 점칠 수 있지만, 유권자의 핵심적 선택 기준이 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더욱이 ‘북풍’이나 ‘안보 위기’ 논란이 부각될 경우 다른 모든 쟁점을 덮어 버리고 정치 이념과 성향에 따른 투표행태로 유권자를 몰고 가거나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을 식힌다. 당장 여야가 이런 빗나간 논란을 끝내야 마땅하지만, 선거전 막바지 분위기로 보아 기대하기 어렵다.

 현명한 유권자들이 헛된 논란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선택을 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건다. 민주주의는 3권의 기능적 분립 못지않게 중앙과 지방의 지역적 분산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지방정부를 이끌 유능한 리더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4년 동안 주민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꾸려갈 수 있는 참일꾼을 뽑아야 지역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다. 후보자 검증과 정책대결보다 네거티브가 판치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만큼 깨어 있는 유권자들은 냉철한 이성으로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정쟁을 일삼고 정치개혁엔 뒷전인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 유권자의 힘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배제 등이 그 예다. 정치적 희망을 유권자에게 기대한다.

 양면성을 가진 야누스의 신, 부정적 측면의 모습 때문에 실종되었던 정치를 밝고 환한 미소의 얼굴을 띤 정치로 유권자가 모두 나서 바꾸자. 그 출발점이 지방선거다. 삶과 교육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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