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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희생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희생이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0.05.27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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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편집부장

 “Noblesse oblige” is generally used to imply that with wealth, power and prestige come responsibilities.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통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프랑스어로 ‘귀족의 의무’를 말한다.

 우리나라 지도층의 사회에 대한 공헌도가 낮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부를 이룬 사람은 그 부가 오직 자신의 손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 권력을 잡은 자는 그 위치에서 최대한 그 힘을 휘두른다.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민이나 국민은 없다. 명성을 누리는 사람은 그 좋은 이름이 금세 달아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그저께 발표한 ‘지표로 본 한국의 선진화 수준’ 보고서를 보면 이런 사실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세부항목 중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은 OECD(경제협력기구) 30개 회원국 중 30위였다. 그와 함께 사회안전망과 정치적 비전도 꼴찌였다. 여기에 사회적 대화, 약자보호, 표현의 자유도 최하위권에 올랐다.

 이와 같은 사실을 보면 우리 사회가 포용보다는 갈등이 만연하고, 서로 간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특권을 누리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바른사회)’는 26일 ‘제18대 국회 중간평가? 18대 국회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면서 이번 국회의 전반기 법안 통과율은 13.2%에 불과해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국회의원은 한마디로 일 안하고 돈만 축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아직도 국회 내 상임위 회의장에 도끼와 쇠망치를 동원한 폭력의 장면들이 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다.

 14세기 백년전쟁 중 프랑스의 도시 ‘칼레’는 영국군에게 포위당한다. 칼레는 영국의 거센 공격에 결국 항복을 하고 칼레시의 항복 사절단을 보낸다. 그러나 영국은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칼레 대표 6명의 목을 매 처형하겠다”고 말한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가 처형을 자청했고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한다. 이 이야기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희생이다. 그러면 그것을 내세울 때 아름답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통합되고 사회지도층은 존경을 받는다. 죽음의 자청했던 6명의 칼레 갑부, 시장, 상인, 법률가는 그 이후 어떻게 됐을까? 누구보다 먼저 시민을 위해 생명을 내놓을 때 그들은 생명의 자비를 받았다. 그게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공정한 교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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