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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전쟁’
‘감성 전쟁’
  • 경남매일
  • 승인 2010.05.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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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전쟁’

 ‘Blue Eyes Crying in the Rain’은 1975년 윌리 넬슨(Willie Nelson)이 불러  칸츄리 뮤직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노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1977년 8월 16일 죽기 전에 불렀던 마지막 노래로도 유명하다. 이 노래의 첫 가사는 이렇다. “In the twilight glow I seen her /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황혼이 깃들 무렵/ 푸른 눈의 소녀가 빗속에서 울고 있네) 예전에 자주 들어 멜로디가 익숙하고 지금도 흥얼거릴 수 있으니 감성을 자극한 노래는 참 오래 남는 것 같다.

 어제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어제 비가 많이 내렸다. 많은 사람이 울었다. 빗속에서의 울음은 더 처연했다. “지금 내리는 눈물은 당신이 흘린 눈물입니까…그리워 미치겠습니다” 추모 콘서트에서 이렇게 절규하기도 했다. 감성은 순수해야 한다.

   어제 추도식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눈물지었다. 그것도 빗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으로 전해진 뭉클함이 있었다.

 사람이 이성에 더 많은 지배를 받는다고 착각하지만 감성의 이런 작용이 있어야 몸과 생각이 건강해진다. 이런 아름다운 ‘감성 추모’가 선거판에서 ‘감성 전쟁’으로 변하는 게 문제다. 추모행사와 선거운동 기간의 절묘한 타이밍은 놔두고라도, 여야가 사활을 건 싸움에서 자당에게 유리에게 끌고 가는 게 인지상정일지라도 개운한 맛이 아니다. 경기도 지사 선거유세 중 유시민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스스로 목숨 끊도록 한 이 끔찍한 정치보복을 심판해 달라”고 핏발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를 정치보복으로 연결하며 초강수를 날렸다. 김문수 후보는 “지금 내리는 빗방울은 천안함 용사들의 눈물입니다”라며 비를 피해 종종걸음을 치던 시민들을 돌려 세웠다. 노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의 비를 맞던 사람들에게 끔찍한 북한의 어뢰 폭우를 선물했다.

 “Someday when we meet up yonder / We‘ll stroll hand in hand again”(언젠가 우리 저곳에서 다시 만나 / 서로 다시 손잡고 거닐어 보세)  ‘Blue Eyes Crying in the Rain’의 끝부분 가사다. 감성은 순수할수록 좋다. 빗속에서 울 던 소녀가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언젠가 다시 만나 서로 손잡고 거닐고 싶다고 꿈꾸는 것처럼….

 고 노무현 대통령이 가신 1년 뒤, 여러 사람들의 가슴 속에 흘러 내렸던 비가 순수하게 오래 간직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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