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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조직 어떻게 봅니까
공무원 조직 어떻게 봅니까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0.05.24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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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도 사나이, 이해득실에 치우치지 않고 의(義)를 지키는 남자가 곧 경상도 사나이다. 서울은 깍쟁이로 불렸고 충청도, 전라도 등 조선팔도 각 지역별로 유행한 상징어도 옛일이다.

 그런데 6ㆍ2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지사 선거전이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접전인 가운데 ‘경상도 사나이의 의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란 논평이 불거졌다.

 왜곡된 지역주의 불씨가 되살아난 것도 아니고 지방색을 염두에 둔 발언은 결코 아니다.

 경남도정의 2인자로 실체적 권한은 도백을 능가했다는 안상근정무부지사의 ‘사퇴의 변’이 몰고 온 파장에 대한 논평에서 비롯됐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 등 국책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담보할 수 있는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돼야 하며, 그 일에 힘을 보태는 것이 더 큰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것으로 족했다. 오히려 당당하다.

 그런데 “최근 지방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도민에게 무한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 조직이 연합 정치세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됐다”며 “백의종군 자세로 공무원 조직을 정치세력으로부터 지켜내고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져 경남이 남해안 시대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는 왜 선거판에 뛰어 들었을까.

 과연 국가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지고 경남발전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경남공무원조직이 연합정치세력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을 우려, 이를 막기 위함이었을까.

 현재 경남지사 선거전 판세는 접전양상으로 안개속이다.

 안상근정무부지사는 이번 6ㆍ2지방선거 후 후임지사가 결정되면 김태호지사와 함께 물러날 날이 코앞인데 며칠 앞서 사퇴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마치 경남의 발전을, 국가정체성 확립을, 공무원 조직을 위해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드는 것 같은 식이다.

 20일 퇴직에 앞서 가진 18일의 사퇴기자회견 취소 등 그 절차도 몰라 혼선을 빚게 한 장본인이다.

 한시라도 빨리 특정후보를 돕기 위함의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속을 누가 알겠냐만은 자신이 내 건 대의명분은 확고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출구 겸 진로를 염두에 둔 것에서 비롯된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정무부지사는 경남지사가 자신의 권한으로 누구나 임명할 수 있는 자리다.

 그래서 그 직에 근무한 것이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임명, 경남발전연구원장 등 지근거리에서 큰 힘을 자랑하며 함께 했을 뿐이다.

 아무리 정무직이라지만 정무부지사는 도청에서 최고위직급이다. 도의 고위직을 지낸 장본인으로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 사퇴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 야권연대를 공무원 조직을 뒤흔들 정치세력으로 표현한 것은 더욱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의도적으로 논란을 몰고 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옳든 아니든 논란에 휩싸여 그 중심에 서겠단 정치적 발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하게 한다. 그가 정무부지사 재직 중 경남도청 등 공무원조직과 도민들이 자신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공무원 조직은 그의 눈에 비친 생각과는 달리 딴판이다. 재임 중 그를 보고 느낀 공무원과 공무원이 보고 느낀 정무부지사와는 다르단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공무원조직은 안 정무부지사 사퇴의 변에 대해 딴 것은 몰라도 공무원조직이 정치세력에 휘말릴 수 있어 이를 지켜내기 위함이란 것은 너무 앞섰고 자의적이란 지적이다.

 표현은 자유다. 하지만 상대가 있는 만큼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그것도 거대조직을 두고 한말이여서 더하다. 경남도청의 한 직원은 “재임 중 너무 많은 것에 관여한 탓에 안 해도 될 걱정을 하는 것 같다”며 “정말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고 말했다.

 누구든 지켜주겠다는데 실어 할리는 없다. 그러나 직위가 높았다고 그 조직을 지켜주겠단 것은 난센스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경남도정의 쏠림행정이 빚은 착시현상에서 비롯된 결과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화에는 3, 2, 1 법칙이란 것이 있다. 3분간 경청하고 2분간 맞장구를 쳐주며 1분간 말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화법칙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불문율처럼 쓰이고 있는 법칙이다. 원하는 목적이 있다면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떠났지만 경남도청 직원들의 말을 새겨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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