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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보면 잊히지 않는 영화 만들겠다"
"한번보면 잊히지 않는 영화 만들겠다"
  • 경남매일
  • 승인 2010.05.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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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칸서 주목받는 장철수 감독

 "재밌지만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마치 정답 노트를 읽는 것처럼 장철수(사진) 감독은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했다. 16일(현지시간) 칸의 한 노천카페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다.

 장철수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그는 `해안선`(2002)으로 입문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사마리아`(2004)에서 김 감독의 연출부로 일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그런 그가 김기덕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 만든 첫 장편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는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당당히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제가 태어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칸에서 첫무대인사를 했을 때의 기분과 아마 비슷할 것 같습니다. 무척 설레고 떨렸어요"

 영화는 작고 아름다운 섬 `무도`를 배경으로 섬마을에 사는 7명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내용을 그렸다.

 영화는 불편 잔인하다. 영화 초반은 김복남(서영희)이 주변 사람으로부터 받는 학대 때문에 불편하고 복남의 복수가 시작되는 후반부는 스크린이 온통 피와 살점으로 뒤덮여 불편하다.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서 어떤 관객분들은 상처나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죠.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관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겁니다"

 그의 영화를 완전히 허구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다소 찜찜하다. 현실을 지렛대로 한 그의 영화는 자본주의가 가질 수 있는 살풍경을 전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상사의 눈에서 벗어나면 해고를 면할 길이 없다는 설정이 그렇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장 감독은 영화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진실에 가깝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 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곧장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의 연출부로 들어갔다. 그는 김기덕 감독을 "영화를 하게 해준 첫번째 스승"이라고 표현했다.

 원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도 김기덕 감독이 제작을 맡으려고 했으나 사정상 함께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김복남으로 분한 배우 서영희를 추천한 것은 김기덕 감독이었다.

 그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보고 나면 비슷한 면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 감독은 당분간 `김복남..`의 개봉에 주안점을 둘 생각이라고 했다. 아직 차기작은 없지만 좋은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제가 감독이 하고 싶은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입니다. 그리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칸에 온 게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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